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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외면한 ‘檢 수사기록 유출’…“헌재, 누가 견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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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혁 기자

승인 : 2025. 02. 25. 12:00

헌재법 "재판·수사 중인 기록 송부 불가"
헌재 "문제없다"…법원도 심리 없이 각하
법조계 "헌재 행위 법원이 판단해 줘야"
尹탄핵심판 25일 최종진술 변론종결<YONHAP NO-4304>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론을 오는 오는 25일 종결하기로 했다. 최종 결정 선고는 다음 달 중순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21일 서울 헌법재판소 앞.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헌법재판소(헌재)가 한창 수사·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 수사기록을 받아 이를 활용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한창이다.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수사기록이 헌재와 국회를 거쳐 언론에 보도되면서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혐의 피의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까닭에서다. 법조계 일각에선 헌재가 엄연히 헌법에 기재된 금지 조항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이를 어겼을 경우 문제를 제기할 창구조차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지난 21일 김 전 장관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낸 수사기록 송부처분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본격적인 심리 없이 '각하'로 판결했다. 각하는 소송·청구가 부적법하거나 요건을 갖추지 못해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절차를 마무리하는 결정이다.

앞서 김 전 장관은 검찰이 자신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관련 수사기록을 헌재에 송부한 것은 위법하다며 집행정지를 청구했다. 헌재법 32조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 헌재가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김 전 장관 등의 수사기록 송부를 검찰에 요청했고, 검찰도 이를 수용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지난달 13일 "수시기록 송부촉탁은 헌재법 10조 1항, 헌재심판규칙 39조 1항과 40조에 근거한 것"이라며 '헌재법 32조' 위법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헌재가 근거로 든 조항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록의 인증등본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데,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 때도 유사한 이의 신청이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기록이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도 전에 언론을 통해 낱낱이 보도되고 있다는 데 있다. 김 전 장관 측은 방어권 보장 등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법원으로 권리구제를 요청했으나, 법원은 "수사기록이 증거로 현출돼 김 전 장관이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은 간접적 이해관계에 불과하다"며 본안심리 없이 재판을 끝냈다.

이후 김 전 장관의 사실상 수행비서 역할을 한 양모씨의 검찰 진술이 공개되는 등 탄핵심판은 물론 내란 혐의 형사재판에도 불리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김 전 장관 측은 "형사기록 송부를 처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판단을 회피한 법원의 행태는 참으로 비겁하고 졸렬하다"며 항고한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선 법원이 헌재의 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위법 소지가 있는 행위를 헌재가 스스로 판단해 문제가 없다고 밝히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법원이 구체적인 판단을 내려주는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각하 판결로 본격적인 심리도 하지 않았다. 항고심에선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헌재의 수사기록 송부 요청을 막을 순 없다는 의견도 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결국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헌재법 32조와 같은) 조항을 둔 것으로 보이는데,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등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기록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헌재가 자체적으로 조사할 수 없는 인력이 없기에 다른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기록 송부 요구권을 헌재법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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