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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왕따시키냐” 뿔난 주주들에…12년 만에 백기든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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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승인 : 2025. 02. 24. 23:32

최지현
매년 주주총회 시즌이 되면 카카오 주주게시판은 시끄럽습니다. 주총 개최지가 '육지'가 아닌 바다 건너 제주도여서입니다. 주총 개최지를 바꾸라는 주주들의 불만도 컸습니다. 그게 벌써 12년째입니다. 그랬던 카카오가 드디어 주주들의 아우성에 백기를 들었습니다. 최근 공시한 제30기 정기 주주총회 소집공고에서 '주주총회 소집지 변경의 건'을 의안으로 올린 겁니다. 다음달 26일 열리는 주총에선 향후 주총 소집지에 경기도 성남시를 추가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주주총회가 내년부터 육지로 올라와 진행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카카오 주주들의 환호성이 들려옵니다. 본래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했던 카카오는 지난 2013년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후 새롭게 바뀐 소재지인 제주도 스페이스닷원에서 주주총회를 열어왔습니다. 상법과 정관에 따라 본사가 있는 제주도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게 당연하다는 게 그간 카카오의 설명이었습니다.

이 탓일까요. 그간 카카오의 주총은 썰렁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국내 시가총액 10위 안에 드는 기업에 걸맞지 않게 매년 주총날은 좌석이 텅텅 비어있는 모습이 연출되곤 했습니다. 200석 규모 회의장에 일반 주주가 5~10명이 채 안 될 정도였습니다. 지난해 기준 카카오 주주 수는 186만명인데 그 중 0.0005%가량만이 주총을 찾은 겁니다. 카카오의 '깜깜이' 주총에 대한 볼멘소리는 항상 나왔습니다. 주주들이 경영진들과 직접 만나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나누는 큰 행사를 대다수의 주주들이 시간을 내기 어려울 평일 낮, 수도권이 아닌 제주도에서 여는 데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카카오가 올해 갑자기 백기를 든 배경은 주주들과의 신뢰회복으로 풀이됩니다. 각종 사법리스크와 경쟁사 대비 한발 늦은 AI 사업 진출 등 수년째 위기론에 휩싸이고 있는 카카오가 주주가치 제고에 힘을 쓰기 시작한 것입니다. 카카오는 이번 의안에 대해 "주주총회 참여 환경 개선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본점과 그 인접지로 한정된 주주총회 소집지를 지점이 위치한 경기도 성남시와 그 인접지로 확대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주총회는 단순히 안건을 예정대로 통과시키기 위한 기업의 절차가 아닙니다. 전국에 흩어진 주주들이 한데 모여 권한을 행사하는 주주의 기회입니다. 그간 '불통'이라는 지적에도 꿈쩍 않던 카카오가 12년 만에 변화를 보인 건 '만시지탄'입니다. 주주를 기업의 주인으로서 인정한 카카오가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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