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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오늘도 빈손”…건설경기 부진에 일용직 일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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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연 기자

승인 : 2025. 02. 24. 14:21

일 못잡아도 인력사무소 찾는 일용직들
"새벽 4~5시 나와도 일잡기 어렵다"
사회보험 적용 기준 변화…일용직에게는 부담
일용직 특성 맞춘 사회보장체계 목소리
건설일용직
24일 오전 5시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 한 인력사무소에서 건설근로자들이 일감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이정연 기자
"가장의 역할. 아빠의 역할. 아들의 역할. 각자 다 있단 말이에요. 그냥 들어가긴 미안하니까 해뜨면 전철 타고 한 바퀴 돌다가 들어갑니다."

24일 이른 새벽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인근의 한 인력사무소에는 건설 일감을 얻기 위해 모인 근로자 20여명이 서성이고 있었다.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다 끝내 일감을 받지 못 한 이들은 차차 발길을 돌렸다.

고금리·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설 경기 부진이 장기화됨에 따라 건설 근로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건설업 종사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36만9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전기·하수·건설업 가구 근로소득이 감소한 것은 2018년 이후 처음이다. 경력이 오래되진 않았다는 강씨(68·남)는 "특히 겨울철에는 한 달에 한 번 일할 때도 있다"며 "일거리가 많이 생기면 많이 나가고 없으면 못 나가는데 작년 12월 이후 일감이 더 줄었다"고 말했다.

이날 청년들도 곳곳에 보였다. 일한지 4개월차라는 한씨(31·남)는 "보통 새벽 4시나 5시에 나와서 일을 구하는데 매일 일감이 있진 않다"며 "직업적으로 이 일을 더 배울지는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건설 근로자들은 지난 정부에서 건설노동자의 사회보험 적용 대상을 '월 20일 이상 근무한 건설노동자'에서 '8일 이상 근무한 건설노동자'로 확대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상 취약근로자들이 처한 고용 여건상 괴리된 제도로, 이들에겐 혜택이 아닌 부담으로 체감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근로자 H씨는 "7일을 일하면 한 현장 일을 못 가게끔 현 제도가 짜여있다"며 "개정 전에는 용역에 매기는 세금만 내면 됐는데, 이제는 8일 이상 일하면 고용으로 보는 탓에 부여되는 각종 세금과 사회보험 공제액이 커져 업주측이나 근로자들이나 8일 이상 근무를 회피하게 됐다"라고 언급했다. 결국 이게 초단기 근로 양산으로 이어지고, 통계상 고용 착시효과까지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를 (세제 등과 관련해) 월급제 프레임에 넣지 말아야 한다"며 "일용직(日傭職)이 왜 일용직인지 정부가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용불량자도 있고, 이제 갓 현장일 배워보려고 나온 초년생도 있고, 생계가 막막한 노인들이 그냥 하루 일당 받고 또 몸이 아프면 쉬고 하는 그런 일자리인데 세금 문제가 생기면 부담돼서 나오겠느냐"며 "이런 일자리들을 월급제에 맞춘 제도에 욱여넣으려고 하면 풍선효과만 날 뿐"이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해야할 건 도랑을 파는 일"이라며 "경기가 좋으면 우리는 알아서 흘러들어간다"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 근로자는 "첫째는 아파트 지어놓은 걸 조금 싸게 해서 내놓고 경기를 살려서 어느 정도 집들을 사게끔 해놓고 나서 사람들한테 일을 하게 하든지 집값은 집값대로 올려놓고 물가는 물가대로 올려놓고 그러면 우리 같은 서민들은 하루 벌어야 진짜 하루도 못 산다"라고 토로했다.
이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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