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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건설 대진단] 설 자리 잃어가는 중견사…정부 ‘해외 지원’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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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승인 : 2025. 02. 24. 15:14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 '대형사 중심' 재편 가능성↑
SGC이앤씨·부영·일성 등 중견사 해외 사업 확대 '속도'
정부도 해외 진출 지원…“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확대는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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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현장에 타워 크레인이 설치되어 있다./연합뉴스
중견 건설사들이 수익성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간 꾸준히 강점을 보여 온 공공공사 수주 등을 통해 불황을 어느 정도 빗겨냈음에도 입지는 점점 줄고 있어서다. '먹거리 기근'에 빠져있는 대형 건설사가 사업 영역을 더욱 넓혀가고 있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대형사에 비해 시공 능력·재무 안정성 등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중견사의 경영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는 중견사가 늘고 있다. 정부도 뿌리를 책임지는 중견·중소 건설사를 돕고자 해외 진출 지원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인 SGC이앤씨는 적극적인 해외 사업 확대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해 해외에서 1조8000억원 규모의 수주고를 쌓은 것이다. 2023년(482억) 대비 해외 수주액이 무려 37배 급증했다. 국내 건설사의 해외 사업에 있어 '노른자'로 평가받는 중동 지역에서 자리를 잡았다는 점도 SGC이앤씨의 추가 사업 확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SGC이앤씨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에틸렌·프로필렌 설비 공사(7800억원 규모) △아이소프로필 알코올 설비 공사(2800억원) ▷EVA 설비 공사(2700억원) △PDH/PP 설비 공사(2400억원)를 수주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3500억원 규모인 화공 설비 공사를 따낸 바 있다.

부영건설도 해외 주택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에 총 2만가구 규모의 '부영타운'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 일환으로 작년 10월 부영건설은 최고 21층짜리 4개 동·1474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했다. 아파트 등 주거 시장이 잘 갖춰지지 않은 캄보디아에 미니 신도시급 규모의 주택을 지어 현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부영건설은 부영타운에 아파트뿐 아니라 2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정 캄보디아 학교'도 지으며 인지도·영향력 확대에 힘쓰고 있다. 이곳에는 △어린이집·유치원 △초·중·고교 △간호대 △노인복지시설 등도 함께 들어선다.

시공능력평가순위 56위의 중견사 일성건설도 사업 다각화의 무대를 해외로 정하고, 사업 부문을 키우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에는 총 2467억원 규모의 수주고를 해외에서 올렸다. 전년(404억원) 대비 6배 이상 수주 규모를 늘렸다. 그간 해외에서 도로 위주의 토목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최근 들어 △몽골 바양골린암 공공주택 △캄보디아 국립의과대학 부속병원 건립공사 등을 수주하며 건축 분야까지 영역을 넓힌 점이 주효했다.

중견사들이 해외로 발을 넓혀나가는 배경에는 최근 들어 대형 건설사 위주로 국내 건설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는 점이 꼽힌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건설·부동산 경기가 악화일로로 치닫자 대형 건설사들이 국내에서 진행되는 민간 주택 사업·공공공사 등 모든 사업 영역으로 보폭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미분양 우려를 덜고자 재건축 조합 등도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를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도시정비 수주 실적 감소가 예측되는 데다, 주 수익원인 공공공사 분야까지 대형 건설사에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 해외로 사업 눈길을 돌리는 중견사가 늘고 있다.
공공공사·소규모 주택 사업 등을 담당하며 우리 건설산업의 근간을 지탱하는 중견·중소사의 어려움이 커지자 정부도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대표적으로 해외건설협회는 최근 '융복합 K-시티 플랫폼'을 출범했다. 해외 진출 의지가 있는 국내 건설사 등과 △제조기업 △금융기관 △전문가 등을 한 팀으로 구성하는 K-시티 플랫폼을 통해 해외 사업 경험이 많지 않은 건설사의 해외 프로젝트 수행을 전폭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견·중소 건설사 해외 진출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세계 경제가 여전히 침체해있는 데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등 미국의 정치적 이슈에 따른 글로벌 건설 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올해 세계 경제는 인플레이션 하락·금리인하 지속 등으로 인해 당초 전망보다 양호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론 보이지만, 각 지역별 편차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서는 국내 정치적 불안 해소와 함께 투자개발형 사업 활성화 방안의 지속 추진 등 정책 지속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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