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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정쟁에 도입 속도 못내는 ‘오프라인 오픈뱅킹’…금융접근성 제고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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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5. 02. 24. 18:00

한상욱 사진
1189개. 최근 5년간 사라진 은행 점포의 수입니다. 올해에도 연초부터 수십 개에 달하는 은행 영업점이 경영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문을 닫을 예정입니다. 주요 은행들이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는 사이, 우리 주변의 은행 점포들은 하나둘씩 사라지는 실정이죠.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은행 점포에 가기 위해 최소 15km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지역의 수만 지난해 기준 111곳에 달했습니다. 대부분이 지방으로, 고령층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에 해당했죠. 디지털 뱅킹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 금융 취약계층에겐 은행 업무를 처리하는 것 자체가 고역인 셈입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은 이들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해 지난해 2월 '오프라인 오픈뱅킹' 제도의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오프라인 오픈뱅킹은 하나의 은행에서 다른 은행의 업무도 처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의 고객이 NH농협은행의 영업점에서도 KB국민은행 계좌의 돈을 찾거나 이체할 수 있는 거죠. 더 이상 주거래 은행 영업점을 찾아 먼 거리를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기대도 상당했습니다.

하지만 제도 도입은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해 2월 제도 발표 이후 연내 도입을 목표로 삼았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습니다. 제도 도입을 위해선 정보통신망법 시행령을 개정해 연계정보 생성·처리를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하는데, 개정 주체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작년 위원장 탄핵 사태 등 정쟁에 휘말리며 사실상 업무 마비에 빠졌던 영향이 컸습니다.
시행령 개정에 속도가 나지 않으면서 은행권에서의 논의도 사실상 멈춘 상태입니다. 제도 도입에 대비해 오픈뱅킹 협약을 맺은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2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말까지 꾸준히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하지만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은행들의 만남도 잦아들었습니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만 이뤄진다면 신속하게 제도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픈뱅킹 협약 등으로 은행 간 조율이 상당 부분 마무리된 데다, 시스템 연동과 전산 개발만 마친다면 곧바로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전산 개발에는 수개월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상반기 중 시행령 개정이 이뤄질 경우 이르면 올해 하반기에 본격 시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행령 개정안은 지난 17일 법제처 심사 과정으로 넘어갔습니다. 다만 앞으로도 차관·국무회의, 국회 의결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극심한 정쟁으로 추후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질지도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은행들의 연이은 점포 폐쇄로 금융소외 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은 극심한 정쟁으로 표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은 말로만 민생을 외치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을 통해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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