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급 기준 타국 비해 낮은 편…과소비 문화까지
학교 필수 교과 과정에 금융 교육 신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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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국가신용상담·관리청(AKPK)은 지난해 4월 기준 30세 이하 청년 약 5만3000명의 부채 총액이 약 19억 링깃(약 6173억원)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이들의 월 평균 소득은 약 2062링깃(약 66만원)이다. 단순 계산했을 때 빚이 평균 연 소득의 약 1.45배에 달하는 셈이다.
더 선 데일리 등 현지 매체는 24일 소득 기반이 취약하고 상환 능력 인식과 금융교육이 부족한 말레이시아 청년 다수가 빚에 허덕이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이들의 총 부채 중 약 40%가 개인 대출로 발생했다. 말레이시아 재무부가 2021년 자국 내 청년층의 약 47%가 신용카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말레이시아의 신용카드 발급 기준은 다른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말레이시아 국립은행의 2019년 신용카드 지침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의 신용카드 발급 자격은 연 소득 2만4000링깃(약 777만원)·21세 이상 성인이면 주어진다.
신용카드 이용 한도는 월 소득의 2배까지 설정할 수 있다. 발급 시 신용점수는 따지지 않는다.
테일러대학교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말레이시아 Z세대의 약 84%는 1장 이상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다.
에이미 석 말레이시아 금융교육 협회 창립회장은 "청년들 사이에 욜로(YOLO) 문화가 확산하면서 과소비가 유행한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의 신용카드 사용률은 64%를 웃돈다. 게다가 소액후불결제(BNPL) 서비스 이용자 약 290만명 중 21세 이상 30세 이하 청년층은 약 44%에 달한다.
모하마드 이드함 마라공과대학교(UiTM) 중소기업·기업가정신 개발 아카데미 박사는 "소득 기반이 취약한 청년들은 금융 채무 불이행자가 되기 쉽다"며 "엄격한 상환 능력 심사를 도입하는 등 사회 초년생의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빚을 쉽게 지는 이유로 과소비와 낮은 금융 이해도를 꼽았다. 기본적인 금융 지식의 부재가 청년들을 빚의 늪으로 이끌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23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금융 문해력 조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인 중 약 54%가 이자율, 인플레이션 등 기본적인 금융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세계 평균인 약 58%를 밑돈다.
이드함 박사는 "올바른 금융·경제 지식 형성을 위해 엄격한 상환 능력 평가 체계를 도입하고 민관이 협력해 금융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트레이츠타임스 등 현지 매체는 올바른 금융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 학교 필수 교과 과정에 금융 교육을 신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