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보수정권 탄생 예고
집권 사민당 숄츠 패배 인정
극우 AfD 돌풍…2위로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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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ARD와 ZDF의 출구조사·초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집권당 SPD는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3위로 밀려났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패배를 인정하며 "쓴맛을 본 선거 결과"라고 평가했다.
출구조사와 개표 초반 결과에 따르면, 메르츠가 이끄는 기민·기사연합은 약 28.5%의 지지를 얻었다. 반이민 극우정단인 AfD는 20.5%를 기록한 반면 SPD는 16% 초반에 머물렀다. 현 정부의 연정 파트너였던 녹색당은 12%대를 기록했다.
이에 메르츠는 빠르게 연립정부 구성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연정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총선은 숄츠 총리의 3당 연립정부(신호등 연정)가 지난해 11월 붕괴하고 숄츠 총리에 대한 불신임으로 예정보다 7개월 앞당겨 치러졌다.
선거전에서는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오랜 경기 침체와 이민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메르츠는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며 논란을 일으켰다. 또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동맹 관계에 파열음이 나는 가운데 치러진 선거였다.
독일은 EU 27개 회원국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회원국으로 EU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해왔으나 최근 몇 달간 프랑스와 함께 국내 정치 불안에 휩싸이며 영향력이 약화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무기를 지원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메르츠는 한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력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평가받았으나, 선거 막바지에 미국이 트럼프 집권 하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고 특히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극우성향 AfD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어 메르츠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는 외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흔들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모색하는 가운데 메르츠의 집권은 더욱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메르츠가 가장 유력한 파트너인 SPD와 연정을 구성할 수 있을지는 의회에 진출하는 정당 수에 달려 있다. 만약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연정 파트너를 찾아야 할 수도 있다. 3당 연정이 현실화될 경우, 최근 붕괴된 신호등 연정과 마찬가지로 불안정한 연립 체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메르츠는 지지자들 앞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일에 조속히 안정적인 정부를 세우는 것"이라며 "책임의 무게를 잘 알고 있다. 이번 과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명확하다"고 말했다.
AfD의 총리 후보인 알리체 바이델은 메르츠와의 연정 협상에 열려 있다고 밝혔지만 메르츠를 비롯한 주요 정당들은 AfD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으며, 선거 후 TV 토론에서도 이를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fD는 독일 정치에서 점점 더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중동, 아프가니스탄, 우크라이나 등에서 유입된 난민 문제에 대한 반발을 등에 업고 지지층을 넓혔다. 또 이번 선거에서 AfD는 트럼프 행정부의 JD 밴스 부통령과 트럼프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의 공개적인 지지를 받았다. 또 선거 막판 난민 관련 강력 범죄 사건들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며 지지율 상승을 노렸다.
이번 선거에서 많은 유권자들은 숄츠 정부에 대해 큰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식료품 가격 상승과 임금 정체가 주요 불만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독민주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조차도 메르츠 개인에 대한 열광적인 지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가 강력한 정부를 구성해 국내외 문제를 해결하고 극우 세력의 부상을 저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