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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GBC ‘54층 3개동’ 변경… 미래 모빌리티 허브 재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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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5. 02. 23. 17:31

현대차 105층 1개동서 개발 계획 변경
UAM 테스트베드 등 최적의 선택 시각
수정안 접수 서울시, 조정협 구성할 듯
2조대 공공기여 협상이 사업 착수 관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11년 전 아들 정의선 회장을 위해 안배한 그룹의 헤드이자 통합 컨트롤 타워 건설 구상이 마침내 내비게이션에 최종 목적지를 입력하는 데 성공했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시기, 경영환경은 급변했고 105층짜리 국내 최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계획은 보다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54층 3개동으로 방향을 틀었다. 강남의 마천루를 바꿀 원대한 프로젝트가 선회하자 지자체와 갈등을 빚었고 다시 수년을 지체하며 내놓은 절충안이다. 글로벌 3위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했어도 미래차 주도권은 여전히 미지수,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단순 오피스 개념을 넘어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등 미래 모빌리티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최적의 선택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2014년 현대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옛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매입하면서부터 구상된 GBC 프로젝트가 10년여 만에 그 청사진을 확정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당초 계획했던 105층 초고층 빌딩 대신 54층 3개 동으로 조정된 수정안을 제출했고, 시가 이를 공식 접수하면서다.

당초 한전이 제시했던 감정가에 3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응찰해 부지를 따낸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561m짜리 105층 초고층 빌딩을 지어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사업은 수차례 난관에 부딪혔다. 2020년 5월 착공까지 했지만, 공사비 상승과 경영환경의 변화 등으로 기존 설계안을 전면 재검토했고, 지난해 2월 현대차그룹은 55층 2개동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서울시에 제출했다. 당초 지난 2016년 2조원대였던 105층 건축 공사비는 설계변경을 제안한 지난해 5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계 변경에 따른 공공기여분에 있어 양측은 이견을 보였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보완을 위해 같은 해 7월 변경 제안을 철회했다. 그렇게 표류하던 GBC 프로젝트는 지난 21일 서울시가 현대차그룹 개발계획 변경제안서를 접수했다고 밝히면서 다시 탄력이 붙고 있다. 기존의 105층 단일 초고층 빌딩 계획은 철회되고, 54층(242m) 높이의 건물 3개 동으로 조정됐다.

업계에선 이번 변경안이 GBC 사업 자체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 현실적 선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한때 지나치게 초대형 프로젝트로 설계된 GBC가 현실적인 형태로 조정됐고, 서울시와 현대차그룹 양측 역시 한 발씩 물러서며 사업이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프로젝트를 중단할 경우, 10조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한 것에 대한 비판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이번 설계 변경안은 GBC 사업의 효율성과 실용성을 고려한 현실적인 조정안으로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변경안은 미래 모빌리티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정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항구 전 자동차융합기술연구원장(AINs 연구위원)은 "초고층 빌딩 대신 3개 동으로 분산 배치를 통해 UAM테스트베드로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이는 단순한 오피스 공간을 넘어, 육지와 하늘을 연결하는 미래 모빌리티 허브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향후 서울시는 현대차그룹이 제출한 변경안을 두고 전문가, 민간, 공공 부문이 참여하는 협상조정협의회를 구성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공공기여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GBC 부지의 공시지가는 10년 사이 4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2016년 협상 당시 약 1조7500억원이었던 공공기여분이 2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호근 교수는 "랜드마크 조성과 공공기여 문제 등에서 이견이 있었지만, 그동안 협의가 지속되어 온 만큼 이번 협상에서도 원활한 진행을 위해 상호 노력과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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