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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폭발적인 성장성 때문이다. 법인 가상자산 위탁시장은 2년여 만에 13조원대 규모로 빠르게 확대됐다. 특히 금융당국이 국내 법인 가상자산 투자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해 졌다. 가상자산 시장이 개인 고객은 물론 법인 고객 유치까지 영향을 주는 '큰손'으로 부상한 모습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우리은행이 법인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작업에 나섰다. 커스터디 시장은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을 기초 자산으로 위탁받아 보관(key) 및 관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법인 기업들은 해킹·분실·관리 실패 등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은행들에게 가상자산을 맡기고, 은행들은 수탁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올린다.
신한은행은 최근 가상자산 TF를 구성했다. 법인 커스터디 시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손잡고, 법인 고객 대상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코빗의 시장점유율은 3~4%대 수준이지만, 법인 시장 잠재력은 크다는 평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법인 기업은 가상자산 투자 규모가 상당한 만큼 자산을 안전하게 수탁할 곳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이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커스터디 시장 확대를 위해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법인 고객 공략을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계좌 개설을 지원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최대 가상 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와 손을 잡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케이뱅크 간의 제휴 계약이 10월 종료된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규제 제약으로 지분투자 등 간접 방식으로 커스터디 시장에 진출했다. 작년 5월 하나금융 계열사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금융TI는 글로벌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 비트고(BitGo)와 국내 합작 법인 '비트고 코리아'를 세웠다.
은행권이 커스터디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이유는 가파른 가상자산 수탁시장의 성장 속도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수탁고는 2022년 1조6000억원에서 작년 6월 13조8000억으로 확대됐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커스터디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이 관련 인허가를 진행중"이라며 "은행들이 금융위의 법인 투자 허용 발표에 따른 세부 입법 및 제도 정비를 통한 단계적 시행 절차를 지속 모니터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