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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 동남아시아, 나아가 아시아에서 가장 열렬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가다. 말레이시아는 중동 전쟁 초기부터 '이슬람 형제국'인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왔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반대·비판하는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지난 2023년 10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말레이시아에선 스타벅스·맥도날드·KFC 등 이스라엘과 연관됐다는 의혹이 있는 서구 브랜드들에 대한 보이콧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국가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인수, 해안 휴양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가자지구 구상을 발표하자 말레이시아에선 또 다시 거센 분노가 일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일론 머스크와 그의 기업 테슬라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도 일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8일 최신형 '모델Y 주니퍼'를 말레이시아에 선보였다. 하지만 신모델 공개에 말레이시아 여론은 싸늘하기 그지 없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머스크가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행사에서 나치 경례와 유사한 제스처를 했던 점을 언급하며 '모델Y 주니퍼'를 '나치 경례'라 부르며 "사지 말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아울러 테슬라·트럼프 대통령·이스라엘의 관계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와 나치의 관계와 유사하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머스크의 행보와 테슬라 보이콧이 말레이시아의 전기차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략 자문 기업인 바우어그룹아시아의 헤이칼 로스난 부대표는 말레이시아의 전기차 시장이 이미 더 저렴한 자국 브랜드와 중국 브랜드로 기울고 있다고 지적하며 "2050년까지 개인 소유 차량의 70%를 전기차로 전환하려는 말레이시아의 목표에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할 것"이라 봤다.
테슬라는 지난 2023년 7월 동남아시아 최초로 쇼룸과 고객체험센터를 오픈하며 말레이시아에 공식 진출했다. 하지만 저렴한 중국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말레이시아 전기차 시장에선 중국의 BYD가 지난해 기준 점유율 39.3%를 보이며 테슬라(23.6%)를 제치고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경쟁엔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제조사인 프로톤과 페로두아도 가담한다. 곧 출시할 두 자국산 브랜드의 전기차는 정부의 인센티브 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감안한다면 테슬라의 높은 가격은 소비자들에겐 더욱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로스난 부대표는 "보이콧이 이뤄져도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뿐"이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