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 및 의견 표명 수용 강제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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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권위 등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17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으로서 헌법재판소장에게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실시 등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 서울중앙지법과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윤 대통령 등 계엄 선포 관련 피고인들에 대해 형사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재판 원칙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헌재)는 인권위의 의견 표명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4일 윤 대통령 측은 20일 예정된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취소 청구 심문과 중첩돼 기일을 미뤄달라는 취지의 기일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헌재는 윤 대통령 측 요청을 불허하는 대신 변론 시작 시간을 1시간 늦게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헌재가 인권위의 의견 표명을 수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권위의 권고와 의견 표명은 강제력과 구속력이 전혀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5조를 보면 인권위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기관 등에 정책과 관행의 개선 또는 시정을 권고하거나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인권위 권고를 받은 관계기관 등의 장은 권고를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 권고사항의 이행계획을 인권위에 통지해야 하며, 미이행 시 그 이유를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관계기관엔 권고 및 의견표명에 대한 이행 의무는 없다. 최근 3년 인권위 정책 권고 수용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인권위가 권고한 92건 중 △전부 수용 27건 △일부 수용 34건 △불수용 4건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7건은 '검토 중' 항목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인권위의 권고가 강제력이 없고 관계기관에 수용되지 않는 점을 개선하는 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으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인권위는 이같이 강제력과 이행 의무가 없는 권고와 의견 표명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권고사항의 강제성을 부과하면 진정 사건에 대해 수용 여부가 판단되는 사건들만 다룰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권고를 이행해야 하는 기관도 조치가 어려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