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드 여파 순익 증가폭 축소
올해 실적 개선 지속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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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동안 낙관적으로 가정했던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바꿔야 하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이 적용되면서 손보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올해도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자동차보험료 인하 등으로 실적 개선세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손보사 '빅5'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연결 기준)은 7조3379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 증가했다.
업계 맏형인 삼성화재는 전년 대비 14% 증가한 2조7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손보업계에서 처음으로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린 셈이다.
DB손보는 전년 대비 6.8% 늘어난 1조8608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메리츠화재는 9.3% 증가한 1조713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두 손보사도 '순익 2조 클럽'에 바짝 다가선 모습이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현재 손보업계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연결이 아닌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살펴보면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순이익은 1조7722억원, 1조7106원이다. 양사의 격차가 616억원에 불과한 만큼 올해 양사의 실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850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대비 48.1% 늘어났다. 현대해상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순이익은 1조307억원으로, '1조 클럽'에 재진입했다. KB손해보험은 1년 전보다 17.7% 늘어난 839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손보사들이 연간 기준으로는 호실적을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일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삼성화재와 KB손보를 제외한 세 곳의 손보사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순이익(별도 기준)을 살펴보면 DB손보의 순이익은 19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6% 감소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19.6% 줄어든 2178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현대해상은 적자 전환해 15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손보사들이 지난해 4분기 실적부터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적용한 여파다. 앞서 새 국제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보험계약마진(CSM) 확보가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 바 있다. 보험사들은 CSM 확보 경쟁을 벌였고,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낙관적인 해지율 가정으로 실적을 부풀렸다는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해지율 관련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겨울철 독감 환자 증가 등으로 손해액이 늘어난 점, 폭설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등도 4분기 실적 악화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올해 손보사들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 등에 따라 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도 손보사들은 상생금융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부채 할인율 강화,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 등의 여파로 보험사들의 올해 실적 전망은 어둡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