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서 공장 짓고 가동까진 최소 2년
"상황 예의주시… 대응책 찾기 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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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 프라이오리티 서밋' 연설에서 "한 달 안에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목재 등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며 "우리 재정에 수조 달러를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4월 2일부터 자동차에 약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관세폭탄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미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산 반도체 가격 인상에 따라 현지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시장 매출이 늘고 있는 양사의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3분기 SK하이닉스의 미국 매출은 27조30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가량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년새 13.4%포인트 올라 58.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미국 매출은 84조677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다. 전체 매출 내 비중도 37%를 넘어서면서 아시아·아프리카(16.8%), 유럽(16.6%), 중국(15.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가전 등 매출이 포함된 수치지만, 회사 안팎에선 반도체 중심의 매출 성장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5% 이상의 관세 부과가 이뤄진다면 반도체 업계 전반이 최악의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 인상에 따른 현지 수요 둔화 등 엄청난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수립 중이다. 하지만 당장 회피할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현재 삼성전자는 국내 기흥·평택·화성, 중국 시안·쑤저우 등에 SK하이닉스는 국내 이천·청주, 중국 우시·다롄 등에 주요 사업장을 운영 중이며, 반도체 시장 성장에 따라 생산량을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렸다. 이런 생산구조에서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미국 내에 공장을 지어야 하는데, 반도체 공장을 지어 가동하기까지는 최소 2년이 필요하다.
다만 반도체 관세 부과가 실제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복잡한 공급망으로 관세 책정이 어려운데다 현지 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내부 반발이 거셀 것이란 이유에서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무기로 삼아 대미 투자 확대 또는 보조금 축소에 무게를 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도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 사실상 시행 가능성은 낮다"며 "현행 구조를 유지하는 대신 보조금을 낮추는 식으로 협상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