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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제로 ‘치킨게임’…메리츠증권, 1000억 출혈 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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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 기자

승인 : 2025. 02. 20. 18:00

그룹내 화재와 격차 벌어져 회복절실
올해 장원재·김종민 리더십 '시험대'
1조 영업익에도 순익 격차, 해결과제
메리츠증권이 1000억원 수준의 손실이 예상되는 '수수료 완전 무료' 마케팅을 내년 말까지 지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규모 출혈을 감내하면서도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배경에는, 그간 부동산금융에 극도로 치중됐던 사업 구조에서 필사적으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 자리한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에서도 선제적 리스크 관리로 영향을 최소화했지만, 부동산 경기 회복이 더딘 상황 속 추가적인 성장을 꾀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장원재·김종민 각자 대표 체계의 경영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온전한 첫해다. 증권업계 최장수 전문경영인으로서 14년간 메리츠증권의 성장세를 이끌었던 '최희문 신화'의 그늘에서 벗어나, 차기 대표로서의 차별화된 색깔을 드러내야 한다. 그간 상대적으로 집중하지 않았던 리테일과 정통 투자은행(IB) 부문에 경쟁사 대비 뒤늦게 뛰어든 만큼 공격적인 경영전략은 수반될 수밖에 없다.

단순 외형 확대는 물론 수익성 개선까지 이뤄내야 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입성하며 증권업계 '빅5'에 이름을 올렸지만, 경쟁사 순익이 평균 9000억원을 웃도는 것과 달리 6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순익 증대를 통해 메리츠금융지주 내에서의 입지 역시 확대함으로써, 메리츠화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주요 계열사의 위상까지 회복해야 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익은 6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5900억원 대비 18.0% 증가했다. 전년도 보수적인 충당금 반영 기저효과와 함께 기업금융 실적 개선,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운용수익 증가 등의 영향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해 호실적에 이어 올해 흐름까지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와 해외부동산 관련 부담 완화 등 영향으로 기존 강점인 기업금융과 부동산금융 중심으로 견조한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며 "최근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리테일 부문 및 정통 IB 등에서 추가적인 이익 체력 제고까지 기대해볼 수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경영전략으로 부동산금융 등 기존 강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통 IB 영역인 일반기업금융 사업과 해외주식을 중심으로 한 리테일 경쟁력 강화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외부 인력 영입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업계 최초로 국내·미국 주식과 달러 환전 거래에 있어 유관기관 수수료를 포함한 제비용까지 전액 회사가 부담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리테일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다. 지난해 11월 18일 비대면 전용투자 계좌 'Super365'에 대한 수수료 전면 무료 이벤트를 시행한 이후 3개월여 만인 지난 19일까지 예탁자산 4조4350억원, 고객 수 10만1800명 증가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1000억원 수준으로 예측되는 비용부담이다. 장원재 대표는 "단순 비용지출이 아닌 장기적인 투자로 생각한다"며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꾀하고 있는 만큼 재무적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이처럼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메리츠증권이 약 14년간의 '최희문 체제'를 끝마치고 지난해 7월 지금의 각자 대표 체제로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2023년 11월 지주 그룹운용부문장(CIO)으로 자리를 옮긴 최 부회장은 2010년 취임 이후 메리츠증권을 부동산금융 강자로 이끌며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사상 최대 실적을 쓰게 한 인물이다. 리스크 관리 전문가인 장 대표와 기업금융 전문가인 김 대표는 올해 외형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통해 차별화된 경영능력을 입증해야만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조54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증권사 '빅5'로 올라섰지만, 순익은 경쟁사 대비 낮다. 4개 증권사(한국투자·삼성·미래·키움증권)이 평균 9000억원대 수준인 것과 달리 메리츠증권은 6960억원에 그친다. 자회사인 캐피탈을 제외한 지주 내 순익 기여도 역시 지난해 기준 25.6%에 그친다. 2022년 증권과 화재의 순익 기여도가 각각 40.7%, 45.9%로 비슷한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진 셈이다. 이는 메리츠화재의 고속 성장에 따른 결과로도 풀이되지만, 메리츠증권의 실적이 2년 전 대비 뒷걸음질 친 영향도 일부 작용한다.

메리츠증권 측은 "리테일 손익 개선과 IB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전 부문에서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할 것"이라며 "수익창출력을 극대화해 주주환원정책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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