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스님 10년 원력으로 셋방살이 탈출
"실천 불교의 현장, 극락정토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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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기에는 늘 위태로웠던 셋방살이에서 벗어나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보이는 원래 사찰 부지의 건물을 매입한 뒤 더 넓고 깨끗하게 꾸민 것이다.
19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원각사에서 만난 주지 원경스님은 "소외된 어르신들의 식사가 끊어지지 않도록 온전한 터전을 마련했다. 연산군 때 폐찰이 됐던 사찰이 다시 태어난 것처럼 굉장히 의미 깊은 일"이라고 재건 불사의 소회를 밝혔다.
원각사 무료급식은 1993년 보리스님이 탑골공원에 있는 어려운 어르신에게 점심 공양을 나눠주면서 시작했다. 매일 같이 자비의 급식이 이어졌지만, 2015년 재정난과 보리스님의 건강 악화로 무료급식이 중단될 상황에 부닥쳤다. 이때 송광사 출신 조계종 전 사회부장 원경스님이 원력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쉼 없이 무료급식이 이뤄질 수 있었다.
새롭게 부지로 옮긴 원각사 무료급식소(서울 종로구 종로17길 32)는 지하1층~지상 4층, 총 257㎡(약 78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지하는 음식을 만드는 주방으로 사용하며, 1층은 무료급식소, 2층은 법당, 3층은 사무실 겸 접견실, 4층은 음식 박물관 겸 다실로 활용한다. 1층 무료급식소만 해도 기존의 두 배 넓이로 커졌다. 기존 급식소는 공간적 제한으로 하루 평균 250명이 이용했다면 재단장한 원각사는 그 이상의 인원이 이용할 전망이다.
특히 2층 법당은 옛 원각사 터인 탑골공원의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통창 구조로 만들었다. 법당에서 관세음보살상 뒤로 10층 석탑이 바로 보이는 구도여서 조선 시대 원각사가 일부지만 재건된 느낌이 나도록 했다.
원경스님은 "재건 불사를 위해 천일기도를 3번 했다"며 "일부로 이곳 부지를 잡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 공교롭게도 부처님 사리를 모신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정면으로 보이는 자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이제 원각사는 불교 신앙지일 뿐만 아니라 보살행·자비행의 실천 현장이 됐다"이라며 "더 열심히 노력해서 이곳이 있는 종로구 낙원동 일대를 낙원 즉 '극락정토'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원각사는 1464년(세조 10년) 5월 세조가 고려 흥복사 터를 중건해 세워진 사찰이다. 1467년 부처님오신날에는 10층 석탑을 완공하고 연등회를 베풀었지만, 1504년(연산군 10년) 연산군이 이 절을 '연방원(聯芳院)'이라는 기방(妓房)으로 만들면서 스님들이 머물 수 없게 돼 폐사됐다. 이후 1897년 고종이 원각사지에 서양식 공원을 조성하면서 현재 탑골공원의 모습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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