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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방폐장 문제는 전형적인 '정권 따라 흔들리는 정책'이었습니다. 2010년대 초반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하던 정부는 2017년 탈원전 정책으로 급선회했습니다.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서 방폐장 논의도 멈췄습니다. 2022년 정권이 바뀌자 다시 원전 확대 정책이 추진됐지만, 방폐장 문제는 여전히 정치권에 부담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또다시 표류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방폐장은 원전과 에너지 정책의 핵심 인프라로, 한두 정권이 아니라 수십 년을 내다보고 추진해야 하지만, 한국은 5년 단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원전 정책이 오락가락했고, 그 과정에서 방폐장 문제는 매번 후순위로 밀렸습니다. 원전 운영에 필수 시설임에도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것입니다.
소위 통과로 안팎의 기대감은 커졌지만, 여전히 정치권에 의해 같은 패턴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부지 선정과 건설이 본격화되면 지역 반발이 거세질 것이고, 선거철이 다가오면 정치권은 표심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꺼릴 가능성이 큽니다. 법이 통과돼도 실행되지 않은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죠.
방폐장이 없으면 원전도 없습니다. 현재 국내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은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포화될 예정입니다. 결국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고, 국가 에너지 정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탈탄소 시대에도 원전은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인정하고 있고, 주요국들은 원전 확대 정책을 추진 중이죠. 하지만 한국은 방폐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원전 확대는커녕 기존 원전의 운영조차 어려워질 것입니다.
이번 법 통과가 또 하나의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정치권이 책임 있게 움직여야 합니다.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방폐장은 이제 출발선에 섰습니다. 법이 만들어졌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또다시 표류할 뿐이죠. 어렵게 뗀 첫발이 다시 멈춰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