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은행, 금리 인하 여력 있어…기준금리 반영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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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출금리는 여전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5%를 훌쩍 넘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들이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이유로 인상했던 가산금리가 올 초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기준금리 하락을 반영하라며 연일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관리 압박 수준이 더 빡빡해진 만큼, 이달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기형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가산금리(우대금리 적용 전)는 지난 17일 기준 2.25%~2.96%로 지난해 말(2.24%~2.83%)과 비슷한 수준이다. 가산금리란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결정할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금리로, 일종의 은행이 챙기는 마진이다. 새해 대출 총량이 리셋되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영업을 위해 가산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았지만,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지던 지난해 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7월부터 가산금리를 꾸준히 높여왔다. 5대 은행이 전체 가계대출에 매긴 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 적용 전)는 작년 1월 2.99%에서 12월 3.18%로 상승했다. 반면 '우대금리'라고 불리는 가감조정금리는 같은 기간 2.21%에서 1.51%로 크게 떨어졌다. 실제 대출금리에 적용되는 가산금리(가산금리-가감조정금리)는 0.78%에서 1.66%로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으로 인해 가산금리 인상이 부득이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주요 은행들은 하반기에 가계대출 수요가 폭증하자 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 때문에 은행들이 규제를 명분 삼아 '이자장사'에 골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은행들은 높은 가산금리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5대 은행에서만 42조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올린 데다, 각종 비용을 제한 순익은 처음으로 15조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에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연말까지 대출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5대 은행의 NIM은 전 분기 대비 0.002% 하락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작년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로 올해 1분기에는 소비자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여전히 가산금리 재조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떨어진 것을 은행들이 반영해야 할 시기"라며 "(은행들이)신규 대출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요지부동인 대출금리와 달리 예·적금 금리는 줄줄이 하락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정기예금 상품의 기본 금리를 0.2~0.3%포인트 인하했고, 하나은행도 지난 14일부터 정기예금 3종 금리를 0.2%포인트씩 내렸다. 예·적금 상품의 기본 금리가 2%대까지 떨어지자 일부 시중은행에선 단기 예금 수요가 늘어나며 6개월 만기 예금금리가 3년 만기 예금금리보다 더 높은 금리역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올해 지난해보다 경상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연초부터 가계대출 관리에 집중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오는 2월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만큼, 1분기 중에 본격적인 대출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