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이 2년 연속 신한투자증권에 발목을 잡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다른 금융사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한투자증권이 패소하면서 손실을 실적에 반영하게 됐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실적 성장세는 지난해 가장 부진했다. KB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 등 경쟁사들이 10~20%대 순익 증가를 기록할 동안 신한금융만 3%대 성장에 그쳤다.
하지만 이마저도 위태로워졌다. 라임사태의 그림자가 여전히 신한투자증권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 패소로 우리은행과 미래에셋증권에 신한투자증권이 500억원 이상을 배상해야 한다.
신한투자증권은 손실금액을 지난해 하반기 재무제표에 반영키로 하면서, 기업 실적은 물론 그룹 실적에도 악재로 작용할 예정이다. 결국 신한금융의 3% 성장도 흔들리게 된 셈이다. 또 라임펀드 관련 소송도 남아있어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관련 손해배상 소송(1심)에서 신한투자증권이 일부 패소하면서 손실금액 및 지연손해금으로 517억원을 우리은행과 미래에셋증권에 지급하게 됐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연간 순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가량 성장한 4조517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이 23.1%의 순익 증가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고, 농협금융(11.4%)과 KB금융(10.5%)은 10%대 순익 성장세를 보였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순익이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이에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고 있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순익 격차는 2023년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라임사태 여진이 계속되면서 신한금융의 실적 부담도 계속됐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항소한다는 방침이지만, 당장 손실이 발생한 만큼 2024년 하반기 재무제표에 반영할 예정이다.
당초 소송이 제기됐을 때 일부 충당금을 쌓아뒀기 때문에 실제 반영되는 손실은 400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이 발표했던 지난해 2458억원의 당기순익에서 상당 금액이 빠지게 되고, 결국 그룹 실적에도 순익 감소 영향을 주게 됐다. 이를 반영하면 신한금융의 순익 증가율은 2%대까지 떨어지고, KB금융과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과거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400억원가량 반영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룹 실적과 자본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3년에도 그룹 실적에 부담이 됐었다. 이 회사는 2023년 4분기 주식시장 위축과 대체투자자산 평가 손실 여파로 1225억원의 손실을 냈고, 연간 순익도 전년 대비 75% 급감했다. 그룹 주요 자회사 중 신한투자증권의 실적 감소폭이 가장 커 결국 신한금융도 역성장했는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그룹 성장세에 제동을 건 셈이다.
라임사태의 여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나은행 등 다른 금융사들도 신한투자증권을 상대로 라임펀드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판례가 나온 만큼 우려가 커진 상황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