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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금융사고, 휴일 전 공시 ‘꼼수’…진정성 잃은 내부통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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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5. 02. 13. 18:30

손강훈
금융권 최대 화두는 '내부통제'다. 홍콩H지수 관련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부터 부당대출까지 금융사고가 지속되자, 금융사 수장들은 앞다퉈 내부통제 강화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등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금융사고 차단 방안 도입 등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면이 남아있다. 금융사고 안내에 대한 금융사들의 태도다.

최근 일어난 전세사기 연관 금융사고나 앞서 있었던 부당대출 등 대부분의 금융사고 공시가 주말이나 공휴일 전 이뤄졌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 작년부터 총 18번의 금융사고 공시를 했는데, 이중 다음날이 공휴일이거나 주말인 경우가 10번에 달했다. 공휴일인 한글날 금융사고를 공시하거나, 주식시장 휴장을 앞둔 12월 30일에 올빼미 공시를 한 사례도 있었다.

시장에선 이를 꼼수로 보고 있다. 당장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금융사고 사실을 최대한 늦게, 최소한의 규모로 확산되길 바라는 선택이란 지적이다. 실제 휴일 전날의 경우 다른 날에 비해 뉴스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며, 사건을 자세히 분석한 후속보도 등도 늦춰질 수 있다. 쉬는 날 다른 이슈가 발생한다면, 주목도는 더욱 낮아지게 된다.

여기에 주가 방어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만약 금융사고를 금요일 주식시장 마감 후 공시를 한다면 악재가 반영될 때까지 이틀의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그 사이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은 아니다. 은행법상 은행은 금융사고를 발견하고 15일 내에 자사 또는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시하면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부통제 강화 노력의 진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잦은 금융사고로 인해 고객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사고 공시가 잘못을 최대한 늦게 알리기 위한 꼼수로 비춰지는 것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일부 금융사는 과거 금융사건이 발생한 후 상당 기간이 지나 알린 사례도 존재했던 만큼, 이런 의심이 사라지기 힘들다.

금융사고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예방이 필수다. 하지만 발생한 금융사고를 제때, 정확하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통해 어떤 부문이 부족했는지 명확히 인지하고, 미흡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예방책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객이나 투자자에게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해, 선택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지금은 눈치를 볼 때가 아니다. 잘못은 빠르게 시인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도입·정착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내부통제 강화 노력의 진정성이 약해지지 않도록, 눈치를 보지 않는 금융사고 공시 문화 확립이 필요하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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