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올해 금리 인하 가능성 낮아
수입품 관세 인상이 물가 상승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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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연방의회 의사당에서 진행된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미 노동부는 12일(현지시간)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 대비 0.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상승폭으로, 시장 예상치 0.3%를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12개월 기준 소비자물가는 3% 상승해, 지난해 12월(2.9%)보다 오름폭이 확대됐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12월보다 0.4% 상승해, 거의 2년 만에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3.3% 올랐다.
연준이 물가 지표로 활용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전년 동기 대비 2.6%를 기록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1일 오전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목표에 근접했지만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따라서 당분간 긴축적 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 CPI가 크게 뛰어 연준의 셈법이 한층 복잡해 질 수 있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금리를 총 1%포인트 인하한 후, 지난달부터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한 일부 수입 관세가 물가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 측은 기업 규제 완화와 에너지 생산 확대 등의 정책이 물가 상승 압력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번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은 중고차와 자동차 보험료 인상이다. 특히 계란 가격은 12월 대비 15% 이상 급등하며, 2015년 6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식료품 물가 상승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계란 가격 급등은 조류독감 확산에 따른 것으로, H5N1 바이러스가 2022년 1월 미국 야생 철새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1억5300만 마리가 넘는 가금류와 야생 조류가 감염됐다. 이에 따라 일부 음식점에선 계란 한 개당 50센트 안팎의 별도 요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도이치뱅크의 미국 수석 경제학자인 매튜 루제티는 올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높은 관세 부과로 인해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했다. 연준이 추가 금리 인상을 고려할 가능성도 낮다고 평가했다. 그가 예상한 조건은 인플레이션이 다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거나 노동 시장이 급격하게 악화될 경우이지만, 이런 징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국산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했는데 이 관세가 유지될 경우, 3월이나 4월쯤 일부 소비자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한편 많은 기업들이 매년 1월을 기준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2021년 인플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발생한 이후, 지난 3년 동안 연초 가격 인상폭이 상당히 컸다고 WSJ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