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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칼럼] 광주 세이브코리아 집회와 광장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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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2. 12. 17:50

-'광장의 정치'는 우리 시대 민주주의의 전형(典型) 가운데 하나
-야권의 성지 광주 집회가 '반탄'(反彈)의 절정 이룰 전망
-광주가 변하면 온 나라가 변화의 물결을 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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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대기자
'광장의 정치'는 우리 시대 민주주의의 전형(典型)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광장은 여론을 모은다. 여론의 힘을 과시한다. 광장은 지지자들의 마음을 한데 모은다. 굳건한 성벽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정치 세력, 기득권 세력에 직접적인 의사를 밝히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다. 광장의 정치는 국민의 성원과 관심을 바탕으로 확산한다. 그 동력은 외침이며 함성이고 단결력은 현안에 대한 통일된 의견이다. 그렇기에 광장에서 몇 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는지 민감하게 반응한다. 시위 때 사람들이 광장을 가득 메우면 시위 대상 세력은 잠을 제대로 못 이룬다. 그래서 억누르려는 유혹에 빠진다. 경찰은 물론 군이 동원되기도 한다.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은 강렬한 광장의 정치 이미지를 지닌다. 1980년대 개혁의 바람을 타고 개방 정책을 간절히 원하는 중국인들이 광장에 모여 시위에 나서 세계인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1989년은 국제적으로 세계인권선언 40주년, 5·4운동 70주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40주년의 뜻깊은 해였고 '베이징의 봄', 즉 중국의 민주화운동 10주년이기도 했다. 그해 6월 초 계엄군이 민주화 시위를 벌이고 있는 톈안먼 광장으로 밀고 들어가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이른바 '톈안먼 사건'으로, 중국 민주화 운동은 실패로 마무리됐다. 

과거 로마 시대의 원형 광장은 광장의 정치의 원형(元型)이다. 직접민주주의 효시라는 평가도 듣는다. 서슬 퍼런 황제가 원형 광장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특정 사안에 대해 엄지손가락이나 연설로 의견을 물으면 군중들이 직접 답하는 방식의 광장의 정치가 이뤄졌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위중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국민은 광장으로 몰려나가 의사를 표출했다. 소고기 파동 등 국가적으로 긴박한 정치 현안이 발생할 때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 나갔던 기억이 새롭다. 군부의 유혈 진압이 자행된 전남 광주 사태 때 도청 앞 광장은 광장으로서의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광장의 정치는 정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축구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뤘을 때 국민은 광화문광장 등지로 몰려 나가 선수들에게는 들리지도 않는 함성을 지르면서 응원했다. 

그런 광장의 정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심판 국면에 본격적으로 등장해 의미가 각별하다. 부산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세이브코리아'는 광장의 정치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표출하고 있다. 손 목사를 주축으로 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올해 유독 심한 맹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전국 각지 광장에서 보수우파 결집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이브코리아는 주말인 오는 15일 광주에서 집회를 갖는다. 야권의 성지처럼 인식되고 있는 광주 집회는 이른바 '반탄(反彈)'의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에서의 광장의 정치를 통해 탄핵의 부당성 등을 널리 알린다. 이 집회는 탄핵 과정의 불법성과 헌법재판소의 좌(左)편향성 등에 저항하는 보수우파 시민들과 국회를 장악한 채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야권의 불공정에 반기를 든 2030 청년들이 많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가 변하면 온 나라가 변화의 물결을 탈 것이다. 광주가 깨어나 광주에서 대구에서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모여 반탄과 윤석열 석방을 외친다면 그 자체로 탄핵정국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세이브코리아는 매주 토요일 서울·부산·인천·대구·대전·세종·춘천·김천·구미·울산·포항·전주·광주 등에서 전국 순회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8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국가비상기도회에는 무려 15만명(매일신문 추산)의 인파가 몰리는 등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이브코리아는 헌법재판소와 사법부가 공정성을 상실했기에 윤 대통령 탄핵은 기각돼야 하며 선거관리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대폭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30 젊은이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젊은 층이 지금 사회가 상식적이지 않고 불공정하다는 데 분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라고 느꼈는데 민주당의 잇단 탄핵, 카카오톡 검열 등 불공정 행위가 잇달아 이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타 강사' 전한길 강사는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윤 대통령의 업무 복귀와 무너진 국가 시스템의 회복 등을 주장하면서 자신의 이런 행보가 20~30대 제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심판의 결론이 내려진다. 헌재는 지금 재판관들이 설정한 '타임 테이블'에 따라 작정하고 서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조급한 모양새다. 현직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증인들로부터 의견을 들어야 하고 복잡한 증거들을 모아 헌법에 기초해 불편부당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헌재는 세이브코리아의 광장의 정치에서 함성과 함께 퍼져 나오는 여론, 외침에 전심을 다해 귀 기울이고 응답해야 한다. 이런 응답의 필요성은 헌재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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