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정땐 정치·사회적 혼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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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퇴행적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검찰 진술조서 채택 여부가 탄핵심판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헌재가 어느 쪽으로 최종 결정을 내리든 정치·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헌재는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한 사유 중 하나로 탄핵심판이 형사재판이 아니라는 점을 들었다. 형사재판은 엄격한 증거 입증에 따라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한다. 이와 달리 탄핵심판은 피청구인 행위의 위헌성을 따지는 헌법재판이기 때문에 형사재판처럼 엄밀하게 증거를 볼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헌재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증거 능력을 따져야 하는 형사소송법 취지를 인정한다면서도 증거 능력 기준은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를 두고 헌재의 자의적인 해석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조서의 적법성만 문제 없다면 재판부가 스스로 증거 능력을 판단하겠다는 얘기"라며 "헌재가 지나친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형사소송법을 준용하는 것이 원칙이고 증거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반대신문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검찰 조서 채택이 문제없다는 이유로 전례를 꼽았는데, 대표적 사례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은 검찰 피신조서도 당사자가 부인하면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형사소송법 312조가 개정된 2020년 이전이다. 개정된 형사소송법은 당시 검찰의 강압 수사 등을 우려한 인권과 방어권 보장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선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헌재 판단이 시대를 역행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준길 변호사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적용하는 것이 원칙인데, 헌재가 법 규정 관련 고민 없이 신속 재판을 위해 선례만 들여다 본 것 같다"며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법조인이라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서초동 모 변호사도 "법 개정에 따라 선례가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로 써야 한다면 다른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헌재는 지난 11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군 수뇌부 등 검찰 조서를 쓸 수 없다며 반발하자,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 "평의(회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에 13일 열릴 8차 변론에서 문 대행이 진술조서의 채택 여부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의 정치 편향, 불공정 논란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나오는 헌재 입장인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든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