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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어선 침몰 사태에 대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지시입니다. 아이러니한 것은 정작 어민들이 차가운 냉골 바다에 빠졌을 때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구명조끼 보급 예산이 매년 동결 수순을 피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어선 사고 예방 시스템 구축 사업'을 통해 매년 구명·소방·무선설비 등(AIS전자해양부이 포함) 어선안전장비 설치를 희망하는 어민들에게 국고보조 30%, 지방비 30%, 자부담 40% 선에서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예산이 2023년, 2024년, 그리고 올해까지 7억원선에서 동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사실상 삭감이나 다름없는 것이죠.
그간 낚시어선 등에는 구명조끼가 의무화됐지만, 사실상 모든 어선에 이런 조치가 강제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구명조끼가 워낙 두껍고 어업 활동에 방해되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년 해양사고로 인한 인명피해가 세월호 사고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어선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수도 119명에 이르면서 어민 안전 확보 대책이 시급해졌습니다. 정부는 관련 대책을 세우고 물에 빠졌을 때 커지는 편의성이 높은 '팽창식 구명조끼'를 확대 보급할 계획이었지만, 현실화 되지 못했습니다. 팽창식 구명조끼는 시중에 10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해수부에 따르면 이 사업 안에서도 어민들로부터 구명조끼 신청은 다른 장비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상황을 그저 두고보는 것은 국가의 책임 방기나 다름없습니다. 새해부터 연거푸 어선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올해 또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와 대조되는 것이 바로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사업입니다. 지난해 반복되는 겨울 눈비에 여러 환경단체로부터 산양 등 멸종위기종의 폐사문제가 대두되자 이 사업의 올해 예산은 전년 본예산 대비 2억3500만원이나 증액됐습니다. 바야흐로 인명보다 동물권이 대접받는 시대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새해벽두부터 계속되는 어민 사망·실종을 줄이기 위한 정부 대책과 예산 마련이 시급합니다. 정부는 어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제대로 된 대책을 이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