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사업 포기 ‘부메랑’…인천 영종 사업 취소로 '-416억’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자신…“10조 규모 수주 실적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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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해 967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23년 영업이익(302억원)의 4배 규모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2024년 매출도 1조6883억원으로 전년(1조8999억원) 대비 11% 줄어들었다.
앞서 동부건설은 지난 2014년 말 법정관리를 신청한 바 있다. 이후 2016년 6월 에코프라임PE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1년 9개월여 만인 그해 9월 기업회생절차를 종결했다.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후 2023년까지 8년여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외형 확대를 달성했지만, 지난해 다시 실적위기에 직면한 셈이다. 2019년과 2020년 연속으로 500억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동부건설은 2021년에는 당시 부동산 활황기와 맞물려 높은 분양수익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을 612억원까지 끌어 올렸다. 2022년에는 413억원, 2023년에는 302억원의 영업익을 내며 다소 성장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재무적 리스크는 높지 않았다.
안정적인 성장세의 배경은 과거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무리한 주택 사업 확장을 절제한 덕이다. 동부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당시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수도권 일대 아파트 사업에서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데다, 당시 동부건설을 보유하고 있던 산업은행과의 자금 수혈 과정도 녹록하지 않으며 재정위기가 발생했었다. 이후 동부건설은 주택 사업을 정리하고, 시장 경기 변동 상황에 따른 미분양 발생으로 손실이 늘어날 수 있는 분양 사업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진행해 왔다.
다만 역설적이게도 지난해 동부건설의 실적 성장세에 발목을 잡은 것은 주택 사업이었다. 미분양에 따른 손실을 확대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주택 사업 부문을 운영해 왔지만, 토지 매입부터 아파트 공사·분양 등을 직접 담당하는 자체사업을 급작스럽게 포기하며 영업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RC3블록에서 추진하려던 3000억원대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사업을 포기했다. 202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부지를 낙찰받고 자체개발사업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작년에 돌연 이 사업을 취소한 것이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서울과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인천 영종도 분양 사업이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계약금 300억원을 포함해 총 416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며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높은 수준의 원가율도 동부건설의 성장세를 방해했다. 매출에서 인건비·공사비 등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인 매출 원가율이 지난해 2분기 101.6%까지 치솟았다. 공사를 진행해도 남는 게 없었던 셈이다.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안게 된 동부건설이지만, 올해 동부건설은 다시 성장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법정관리 체제 졸업 후 꾸준히 쌓아온 10조원 규모의 수주잔고가 실적 회복 자신감의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최대한 사업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 방침을 정한 덕에 공사비 급등·사업 중단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공공공사 부문 수주 비중도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동부건설은 △춘천~속초 철도건설 제2공구 노반신설 공사 △강릉~제진 철도건설 제8공구 노반신설 기타 공사 △서울 양천우체국 복합청사 건립공사 등에서 수주액을 늘려나간 바 있다.
동부건설 관계자는 "경쟁력을 자랑하는 기술형 입찰 등 공공공사 분야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결과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원가율 개선에도 노력을 다해 작년 4분기 기준 원가율도 92% 수준으로 낮췄다. 수익성 강화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실적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