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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은 이자가 3개 은행에서만 30조원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이 덕에 주요 금융그룹은 역대 최대 실적 갱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은행권은 앉아서 돈을 쓸어 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는데, 실제 그런 양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금리를 올려 대출 문턱을 높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최근 발표하고 있는 실적을 보면 과연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축소 등을 통한 대출금리 인상만이 주효한 방법이었는지 의문이 제기 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시장금리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7월 말부터 십 수차례에 걸쳐 가산금리를 인상해 시장금리 인하 효과를 상쇄시켜버렸다. 가계대출 증가폭이 축소되면서 가산금리 인상이 총량 관리에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은행들이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이 과도한 가산금리 인상에 대해 제동을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주요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을 봐도 알 수 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4분기 NIM이 각각 0.01%포인트와 0.05%포인트 올랐다. 코픽스와 금융채 등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하는 비용은 줄었음에도 높은 대출금리를 유지해 쏠쏠한 이자수익을 챙겨왔던 셈이다.
은행들은 또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과실을 나눠 갖는다는 건데, 이를 바라본 금융소비자들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엔 금융당국이 이자장사를 통한 성과급 잔치를 비난하자 은행들도 눈치를 보며 성과급 규모를 줄였다. 하지만 1년만에 다시 성과급 잔치로 돌아간 모습이다. 지난해 은행권에선 횡령과 배임,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했고, 심각한 모럴해저드로 소비자들의 신뢰도 크게 실추됐다.
은행은 본연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산업 등 자금이 필요한 곳에 적절히 돈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우리 경제의 혈맥으로서의 역할과, 영세 소상공인이나 서민 등 취약계층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행을 왜 금융기관으로 부르고, 금융공공성을 강조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은행이 은행으로서 역할을 할 때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