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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을 잘 해서 돈을 벌었다기보다는 나가는 비용을 아끼는 방식으로 실적을 내고 있다. 즉, 내수침체 등 경영환경 악화로 돈을 벌기 어려우니 허리띠를 졸라매 실적을 방어했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카드사들은 고객들에 제공했던 혜택을 줄이고 있다. 혜택이 좋은 신용카드의 발급을 중단하거나, 무이자 할부 기간을 축소 하는 등 고객을 외면하는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들이 혜택 축소에 나선 건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적자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지속적으로 인하되는 탓이다.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 후 금융위원회는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 관련 적격비용을 재산정하고 있다. 2012년, 2015년, 2018년, 2021년 등 네 차례에 걸쳐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돼 왔다. 지난해 다섯 번째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서도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결정됐다. 인하된 가맹점 수수료율은 이달 14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영세·중소 가맹점은 수수료 인하로 연간 3000억원의 부담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부담은 고스란히 카드사에게 돌아간다. 카드사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이유다.
카드사들은 결제사업과 관련해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수익성 악화 위기를 넘기기 위해서 고객 혜택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 소리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카드사들이 신용판매에서의 손해를 고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긴 어렵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법이 비용 절감만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부수업무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거나 해외 진출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실적을 개선할 수 있다. 카드사들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의 시각도 비슷하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기보다는 손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의 주 수입원은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대출사업의 이자이기도 하다.
최근 몇년 사이 카드사들의 부수업무 신고도 뜸하다. 이와 관련해 업계는 카드사들이 할 수 있는 부수업무에 한계가 있고, 부수업무를 신고하더라도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결국 카드사들은 손쉬운 방법을 택한 모양새다. 카드론을 확대하거나,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수익 방어를 꾀하면서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신용판매 적자 구조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면 카드사들은 더 적극적으로 신사업 개척에 나서야 한다. 영리한 토끼가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도 단기 실적에 급급할게 아니라 중장기 비전을 마련하고, 교토삼굴의 경영마인드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