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여행부터 우정 여행까지…각양각색 설 연휴
손에 든 선물과 가슴 가득 설렘으로 고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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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만난 김유진씨(36) 부부는 아이를 안고 고향으로 향하는 부산행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이번 명절은 아이가 우리 가족의 가장 큰 선물"이라며 "가족들이 손주를 보고 기뻐할 모습을 생각하면 정말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남편 진성민씨(37)도 "6개월 만에 친가와 외가를 방문한다"며 "원래는 오후에 내려가려고 했는데, 표 예매가 어렵다 보니 예매 가능한 시간대로 맞췄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은 귀성객들로 북적이며 벌써부터 설 명절의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커다란 여행용 가방과 선물 상자를 양손에 쥔 사람들은 바쁜 발걸음 속에서도 고향에서 만날 가족들을 생각하며 미소를 띠었다.
각자의 특별한 계획을 품고 고향으로 향하는 이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충북 제천에 갔다가 삼척으로 향할 것이라는 최은혜씨(32)는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길이었다. 최씨는 "시댁 식구가 15명이나 되는 대가족이라 명절엔 복작복작 모이는 게 우리 집안의 전통"이라며 "이번엔 삼척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으로 향하는 김다연씨(26)는 손에 든 고기 세트를 보여주며 "친척들과 함께 먹으려고 어제 한우를 샀다"며 "친척들이 고기를 좋아해 이번에 내려가서 다 같이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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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마친 고등학교 친구들과 강릉으로 우정 여행을 떠나는 유현서씨(20)도 기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1박 2일 동안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사진도 많이 찍을 계획"이라며 "여행이 끝난 후엔 시골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고 했다. 이씨와 친구들은 고등학교 생활 중 공부에 쫓겨 가족과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했기에 이번 설 연휴를 더욱 특별하게 보내려는 다짐을 전했다.
최근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어지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채 기차에 오르는 시민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울산으로 향하는 한씨(64)는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 마스크를 항상 착용하고 다닌다"며 "얼마 전 독감에 걸려 2주 넘게 아파서 고생했었다. 손주들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감기를 옮기지 않기 위해 요즘 건강에 더욱 신경 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올 설 연휴는 정부가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최장 9일의 황금연휴가 됐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토교통부의 설 연휴 대책 기간인 오는 24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귀성·귀경과 여행 등으로 총 3484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닷새였던 설 연휴보다 이동량이 29% 증가한 수치다.
서울역뿐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에도 이날 북새통을 이뤘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연휴 기간 동안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용객은 총 214만1000명으로 하루 평균 21만4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한모씨(32)는 "이번 황금 연휴를 활용해 부모님을 먼저 찾아뵙고, 나머지 연휴는 가까운 일본을 다녀올 계획"이라며 "바쁜 일상 속에서 긴 휴식을 가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최모씨(45) 역시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준비 중이다. 최씨는 "이번 연휴엔 어머니댁 대신 프랑스로 가기로 했다"며 "예전에는 연휴 때마다 시댁과 친정집을 꼬박꼬박 방문했는데, 삼일 이상 쉴 수 있는 연휴가 너무 소중해 미리 인사를 드리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