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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 릴카.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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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판은 선수 이적이 잦은 편이기에 팬들이 한 팀에 마음을 두기가 어렵고, 일반적으로 선수를 따라 응원하는 팀을 바꾼다.
이 와중에 6년 동안 한 팀만을 바라보며 의리를 지킨 낭만 넘치는 행보로 주목받은 이가 있다. 바로 DRX 리그 오브 레전드 팀을 응원하는 스트리머 '릴카'다.
릴카는 '듀머니(DRX + 어머니)'라는 붙을 정도로 DRX의 열렬한 팬이다. 팀의 주축들이 떠나고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도 한결같이 DRX를 바라보며 응원을 아끼지 않은 프랜차이즈 스타나 마찬가지다.
릴카는 지난 14일 DRX의 공식 앰배서더가 되며 다양한 활동을 예고했다. 23일 릴카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DRX를 응원한 지난 6년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볼 수 있었다.
먼저 공식 앰배서더가 된 소감에 대해 릴카는 "계속 응원하다가 앰배서더가 되니까 팬으로서 매우 뿌듯하다. 사실 올해 처음으로 전속 스트리머 제안이 왔다. 고민이 있었지만 편하게 팬심으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앰버서더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는 DRX와 관련한 콘텐츠를 더 만들고 싶었는데 마침 시기가 잘 맞은 것 같다. 콘텐츠 협력에 대한 약속도 받은 만큼 DRX라는 팀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 중요한 것은 '낭만' "정신 차리면 DRX를 응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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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 릴카.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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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카는 DRX를 응원하기 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를 즐겼다. 릴카의 첫 번째 팀은 '아주부 프로스트'였다.
릴카는 "2012년부터 롤을 즐겼는데, 매드라이프의 레오나 영상을 보고 e스포츠를 처음 알게됐다. 그리고 2012 LCK 서머 결승전에서 패패승승승으로 이기는 걸 보고 완전히 프로스트 팬이 됐다. 그러다가 LCK 결승에서 전설의 랜덤 트런들이 나온 것까지 직관했다"며 웃었다.
이후 취업 준비를 하느라 월즈 같은 국제전 정도만 가끔씩 챙겨보던 릴카는 스트리머가 된 이후 LCK를 응원하는 재미를 다시 느끼고 싶어서 팀을 골랐다. 그때 DRX가 릴카에게 찾아왔다.
릴카는 "당시 씨맥 감독의 스토리나 멤버들의 서사가 재밌을 것 같고, 뭔가 소년 만화 같은 느낌이 있어서 응원하게 됐다. 이미 역사가 쌓인 팀보다 서사를 써내려갈 팀은 응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아주부 프로스트와 DRX 모두 낭만 하나는 넘치는 팀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만남은 운명과도 같았다. 2020년의 DRX는 릴카의 바람처럼 매력적인 경기 스타일로 LCK 결승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으나 많은 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낭만 넘치는 팀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표식' 홍창현을 제외한 멤버들이 흩어지는 큰 아픔을 겪었다. 릴카는 "원래 한 팀에 마음을 오래 두기도 하는데 결정적으로 표식 선수의 큰 절을 보고 남았다. 그리고 중립적으로 경기를 보려 해도 정신 차리고 보면 DRX를 응원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포츠에서 가장 큰 매력은 팀의 스토리나 팀원 간의 단합, 여러 명이 한계에 도전하는 낭만이라고 생각한다. 선수 개인을 좋아하면 그런 감성을 느끼기 어려워 팀을 응원하는 걸 선호한다. 한 번 DRX라는 팀과 스토리를 응원했기에 다른 팀으로 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첨언했다.
◆ 모두가 안 된다고 했던 2022년, "소년 만화 같은 대회, 과하게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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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DRX 우승 당시 보여준 리액션도 화제가 됐다. /릴카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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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DRX를 계속 응원하기로 마음먹었으나, 감내해야 할 고통도 컸다. DRX는 해마다 고점과 저점의 격차가 큰 팀이다. 2021년은 특히 크게 저점을 찍은 한 해였다.
릴카는 "이기는 간격이 너무 길다 보니 힘들었다. 어차피 내가 계속 응원할 팀이고 DRX 밖에 마음이 안 가니까 나만의 기쁨을 찾으려고 응원하게 됐다. 2대0보다는 2대1이 낫고, 30분 넘어가면 좋고, 이전보다 나아지는 모습에 가능성을 보며 계속 응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21년은 DRX에게 가혹한 한 해였다. 매치 13연패를 하는 와중에도 그해 중계를 거의 빠짐없이 했다. 반쯤은 제 방이 조롱하러 오는 방이었다. 그래도 혹시 안 보는 날 이길까 봐 최대한 다 챙겨봤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뒤, DRX 팬들에게 영원히 잊을 수 없는 2022년이 찾아왔다.
릴카는 "22년에도 압도적으로 잘 하지는 않았다. '주한' 선수덕에 힘들게 월즈에 진출했는데, 뭔가 소년 만화같이 믿을 수 없는 일이 계속 벌어지니까 정신없이 응원했다. 우승하니까 지금까지 응원했던 게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특히 모두가 다 안 된다고 하는 것을 이뤘다는 게 가장 좋았다"고 돌아봤다.
DRX 우승 당시 릴카가 보여준 격한 반응도 화제였다. 릴카는 "21, 22년도가 개인적으로도 좀 힘들었던 상황이었는데 DRX가 기적같이 우승하다 보니 과하게 감동해서 그런 리액션이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 "프랜차이즈 스타 생겼으면... 같이 발전하는 2025년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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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 릴카.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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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격스러운 우승을 거둔 뒤 주축 멤버들이 팀을 떠나며 DRX는 2년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이후 찾아온 2025년. DRX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지난 2년과 다른 행보를 예고했다.
인터뷰 날짜 기준으로 DRX는 LCK 컵에서 2승 1패로 순항하고 있다. 릴카는 "올해는 20년도 DRX 느낌도 나는 것 같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반격하고 오더나 한타도 많이 좋아진 것 같아서 합이 더 잘 맞으면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더해 "올해 전체적으로 다 느낌이 좋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DRX도 프랜차이즈 스타가 생기면 좋겠다. 한 3년 넘게 있어 주면 좋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희망 사항을 밝혔다.
릴카에게 DRX는 응원팀 이상의 의미로 자리 잡고 있다. 릴카는 "DRX는 습관인 것 같다. 생활에서 예시를 들거나 설명할 때도 DRX를 활용할 만큼, 몸에 밴 습관처럼 응원하고 좋아하는 것 같다"고 남다른 마음을 드러냈다.
릴카도 DRX와 함께 달라진 모습으로 2025년을 맞이하려 한다. 특히 더 건강한 모습으로 많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릴카는 "방송을 오래 하다 보니 건강이 좋지 않았다. 작년에는 몇 달 동안 아프기도 해서 활동에 지장이 있었다. 그래서 수면 시간도 평균 3~4시간이었는데, 강제로 많이자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저나 DRX 모두 엄청 큰 걸 이루진 못해도 발전하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DRX가 어떤 상황이어도 항상 응원하니까, 열심히 최선 다하면 좋겠다"고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