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측 이사진 19명 중 18명
영풍·MBK “위법” 강력 주장
의결권 논란, 소송으로 번질 듯
영풍·MBK “위법” 강력 주장
의결권 논란, 소송으로 번질 듯
|
23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진행된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는 집중투표제, 이사 수 상한 등이 모두 통과했으며 최 회장 측의 이사 후보 7명이 모두 진입했다. 결과적으로 영풍·MBK측 이사진이 19명 중 단 1명이어서, 최 회장 측이 이사회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1명은 장형진 영풍 고문이다.
개회 시작의 대기 시간까지 무려 13시간 넘게 진행된 임시주총의 쟁점은 영풍의 의결권 행사 여부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상법상 영풍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고려아연의 주장과 '위법하다'는 MBK 측의 반박이 시시각각 충돌했다.
임시주총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일부 주주가 고려아연과 영풍·MBK 양측에 중복 대리 하도록 위임장에 사인해 이를 일일이 재확인하는 절차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주주총회는 예정보다 5시간을 넘긴 오후 2시가 넘어서야 시작했고, 이마저도 출석 주주의 주식 수가 제대로 집계되지 못해 의안 상정 전에도 날이 선 주주 발언들이 이어졌다. 결국 중복 주식 수인 4750주가 전체에 매우 미미한 비중으로 이를 제외하고 진행하게 됐다.
관건은 역시 영풍의 의결권이었다. 고려아연이 영풍에는 의결권이 없다는 점을 공지하자 법률적인 해석과 함께 강력하게 반발하는 의견과 여기에 충돌하는 법률해석이 주주 자리에서 이어졌다. 주주 및 대리인 사이에서는 "우리가 법 공부하러 온 게 아니다"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날 밤 고려아연은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10.3%를 취득했다고 밝혔다. 상법에 따르면 회사와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약 25%로, 판세를 크게 뒤집는 그림이다.
MBK 측은 "SMC는 외국기업이며 유한회사(Pty Ltd.)임이 명확하다.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적용될 수 없다"면서 해당 조치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첫 번째 의안인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은 통과했다.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채로 진행됐으며 중간중간 주주석에서는 영풍·MBK 측의 "표결에 참여한다고 해서 적법하다는 게 아니다"라는 발언이 꾸준히 나왔으며, "(M&A가 시작된) 지난해 9월 이후 최대주주인 영풍은 고려아연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느냐"는 반발도 있었다.
집중투표제 도입으로 다음 정기주총부터는 집중투표를 활용해 의안을 표결하게 됐다. 오는 3월에는 5명의 이사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어 이때도 표 대결이 진행된다.
이 외에도 이날 주총에서는 액면분할 및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 소수주주 보호 관련 정관 명문화,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을 위한 정관 변경, 배당기준일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 분기배당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등이 가결됐다.
최 회장 측은 7명의 이사진을 추천했으며, MBK 측은 14명을 추천했다. 여기서 찬성률대로 7명이 진입해 이상훈, 이형규, 김경원, 제임스 앤드류 머피, 정다미, 이재용, 최재식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모두 최 회장 측 인물이다.
MBK는 이날 주총 직후 입장 자료를 통해 "SMC가 영풍 주식을 취득할 사업상 필요가 전혀 없다"면서 "한국 상법에 따라 의결권이 금지되는 상호주는 내국법인인 주식회사에 적용되는데, SMC는 외국법인이고 나아가 유한회사여서 상호주 적용이 되지도 않는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어 "임시주총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유감"이라면서 "임시주총의 위법적인 결과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취소 및 원상회복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법적 절차를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