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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최소 1兆 필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배당금·대출·백기사 다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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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기자

승인 : 2025. 01. 23. 18:04

어피니티와 '풋옵션 분쟁' 분수령
교보생명, EY한영에 가격 산정 맡겨
자금조달 위해 개인자산 활용 등 고심
주식담보대출·새 투자자 유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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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갈등을 벌여온 핵심인 교보생명 공정시장가치(FMV) 산정 절차가 본격 시작됐다. 신 회장이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가격 산정을 위한 외부 평가기관으로 EY한영을 선정하면서다.

그동안 양측은 어피니티 측이 보유한 24%의 교보생명 지분을 '얼마에' 되사올지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외부 평가기관 선임을 시작으로 교보생명 가치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신 회장의 고민은 '자금조달'을 어떻게 하느냐로 옮겨지는 모양새다. 양 측이 주장해 왔던 교보생명 주당 가격을 기준으로 최소 9840억원에서 최대 2조123억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의 또 다른 주주인 수출입은행이 매년 평가한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필요한 자금은 1조5346억원에 달한다.

1조원 이상의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신 회장은 개인 재산을 활용하는 방법 외에도 주식담보대출, 새로운 투자자 유치 등을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방법을 통해서 필요 자금을 마련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세 가지 방법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어피니티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율은 24.01%다. 신 회장과 어피니티 등이 제안하는 주당가치를 기반으로 추산되는 지분가치는 9840억~2조123억원에 달한다.

어피니티 측이 당초 풋옵션을 행사하려 했던 금액은 주당 41만원(액면분할 전 기준)이고, 신 회장 측이 주장하는 금액은 20만원 수준이다. 교보생명의 지분 5.85%를 보유한 수출입은행이 매년 진행해 온 장부가액 평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으로 주당 31만원 수준이 될 수도 있다. 이번 EY한영의 감정평가 결과 주당 가치가 얼마로 나오는지에 따라 신 회장의 부담 크기도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가능성이 제일 희박한 시나리오인 신 회장 측의 주장인 20만원대 가치평가가 이뤄진다고 해도 최소 1조원에 달하는 자금 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방안은 신 회장의 개인 재산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신 회장의 대표적인 수입원은 교보생명 대표이사로서 매년 받아온 보수와 교보생명 최대주주로서 받은 배당금이다.

지난 2014년부터 지난 2023년까지 신 회장이 받은 보수총액은 67억4000만원이다. 급여와 상여 등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2023년에는 교보생명이 별도의 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2022년까지 지급된 배당금(세전)은 총 3116억원에 달한다. 신 회장이 지난 10년 동안 수령한 배당금과 보수를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가정했을 때 3200억원 수준의 현금을 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산은이 평가했던 지분가치를 기준으로 어피니티 측의 지분(1조5346억원)을 되사오기 위해서는 1조2000억원의 현금이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물론 신 회장의 개인 부동산 등 추가 자산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법은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식담보대출은 재벌 총수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앞서 삼성그룹 오너일가도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모친 지분을 직접 매입하겠다고 밝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도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교보생명이 비상장사라는 점에서 주식담보대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식담보대출은 주로 증권사에서 취급하는데, 대상은 주로 상장사 주식이다. 상장사라고 하더라도 내부 기준에 따라 평가해서 우량 기업의 주식에 대해서 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담보대출은 우량 상장사 주식을 대상으로 하며, 비상장사 주식은 리스크 평가가 쉽지 않아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만약 신 회장이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하면 최대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신 회장의 보유 지분가치는 교보생명 주식을 주당 31만원(수출입은행 장부 가치)으로 추산하면 2조1000억원 수준이다. 주식담보대출이 기업 등급에 따라 보유 지분가치의 50~70%까지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사 중에서도 우량 기업이 70%의 한도를 적용받는 만큼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에는 낮은 한도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백기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신 회장이 개인 재산으로 어피니티 측의 지분을 사들이기 쉽지 않은 만큼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해 왔다. 새로운 PE가 재무적 투자자(FI)로 등장할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 새로운 옵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신 회장이 개인 재산을 활용하면서 주식담보대출과 새로운 투자자 유치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가지 방법으로 필요한 자금을 모두 마련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신 회장의)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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