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제도 공감에도 "수익성 악화는 변수"
문제는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확약 물량이 40%를 미달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를 취득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하는 제도가 증권사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은 제도의 실효성 차원에서는 공감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IPO로 공모를 진행한 77곳 중 이전상장이나 스팩합병을 제외한 73곳의 공모가 대비 지난 21일 종가는 평균 7.9% 하락했다. 주식분할이나 무상증자 권리락 등의 이슈로 주가가 조정된 에이피알, 삼현, 노브랜드 등 3개 종목은 수정 공모가를 적용해 산출한 수치다.
해당 기간 공모가보다 주가가 오른 곳은 전체 73곳 중 19곳(26.0%)에 불과했다. 54곳(74.0%)은 공모가 대비 종가가 하락했다. 상장 당일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한 기업도 23곳(31.5%)이나 됐다.
이는 진입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이 고평가된 탓에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게 된 것은 물론, 단기차익 투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IPO 시장의 특성에 상장 이후 지속해서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따른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77개 IPO 종목 중 74개에서 상장 당일 기관투자자의 순매도가 발생했다. 중·장기 투자자 역할을 해야 할 기관투자자조차 차익 실현을 위해 상장 직후 대규모 매도를 단행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이 같은 단기차익성 투자는 수요 예측 과열을 촉발하기 때문에 적정 공모가 산정까지 저해시킬 우려가 크다.
이와 관련해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IPO시장에는 수요예측 과열, 상장 초 주가하락,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수요예측 참여기관 규제 완화로 기관투자자가 많이 증가했는데 이는 수요예측 단계부터 공모주의 과열 양상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 "통상적으로 상장 1~3개월 차에 공모주의 주가 하락 현상이 두드러진다"며 "이는 상장 초 공모주에 대한 과열된 투자심리와 단기매도 현상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당국은 공모가와 상장일 이후 주가 흐름에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IPO 종목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현재 단기차익 목적의 투자에서 기업가치 기반의 투자 중심으로 합리화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도입하는 점이다. 기관투자자가 단기매도를 지양하고 기업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신중하게 수요 예측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는데, 확약 물량이 미달할 경우 주관사가 공모 물량의 1%를 취득해 6개월간 보유해야한다.
그러나 이는 주관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IPO 전반의 위축도 우려된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제도의 실효성 제고 차원에서는 동의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경우 시장 전반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승창 KB증권 ECM본부장은 "기관투자자 의무보유 확약에 따라 주관사는 보수적으로 IPO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IPO 물량 공급 감소가 이어지면 모험자본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좋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리스크가 클 때는 주관사에 부담이 커진다"며 "주관사가 IPO로 인해 수익성이 나빠지면 인력 유치라던지 임직원 근속기간(리텐션)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려움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이는 IPO 전반의 퀄리티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조금 고려해 줄 수 있는 방안도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