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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판사’와 사법부 신뢰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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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1. 2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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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국회에서의 대통령 탄핵소추 결의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태, 그리고 이 사태의 원인이 된 야권에 의한 국무위원, 검사 등 줄탄핵으로 한국 정치는 극심한 혼란에 빠져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의 향배는 정치권이 아닌 전적으로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결정에 달렸다.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정치권이 아닌 헌법재판소 등 사법에 의존하는 정치의 사법화 문제가 극에 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법원이나 사법제도가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사법의 정치화가 이제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정치뿐 아니라 법원의 결정은 경제,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넓게는 국가 전체, 좁게는 한 개인의 인생 방향을 결정하는 법원 판결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유사한 사건이라도 법원과 판사에 따라 다른 판결, 판사의 이념적 편향성, 정치성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의 도입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법원에서 AI의 역할 확대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국에서 AI가 판결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이미 시작된 가운데, 에스토니아와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이미 소액 청구 사건에 AI를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소액 청구 분쟁에 AI 판사를 도입해 효율을 높였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AI 기반의 시스템을 통해 소송 사전 안내, 청구 요건 검토, 정보 제공 등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일부 사법 결정 과정을 AI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경우 판사들이 가진 편향을 줄이고 피고인에게 더 나은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뉴욕시의 사전 구금 시스템 분석을 통해 판사들이 피고인의 재판 출석 위험을 잘못 예측하는 경향이 드러나기도 했다.

'쿼털리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에 발표된 연구는 알고리즘이 특정 사법 결정 과정에서 편향을 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사법부는 종종 피고인의 보석 여부나 형량 결정을 내릴 때 예측에 기반한 판단을 하지만, 이러한 예측이 체계적인 오류를 포함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한다.

연구는 뉴욕시의 사전 구금 제도를 분석했다. 연구자들은 146만건 이상의 뉴욕시 사건 데이터를 활용해 약 75만건의 사전 구금 결정이 판사들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조사했다. 이를 통해, 피고인의 인종, 나이, 이전 기록 등과 관련해 판사들이 체계적인 예측 오류를 범하는 경향을 밝혀냈다. 연구 결과, 뉴욕시 판사 중 약 20%가 피고인의 사전 위법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있어서 체계적인 오류를 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결정이 현장에 적용될 경우 사전 출석 실패율과 사전 구금률을 기준으로 최대 20%의 결과 개선이 가능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선은 정책 결정자의 목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연구의 주 저자인 아셰시 람바찬은 "인간 판사를 알고리즘으로 대체할 경우 예측 오류를 줄일 수 있지만, 이는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알고리즘이 대신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AI 알고리즘이 사법 결정 과정에서 편향을 줄이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연구팀은 알고리즘 적용이 전반적인 정의 구현에 미치는 영향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경제학적 틀을 통해 예측의 오류와 알고리즘 적용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AI 알고리즘이 피고인의 재판 출석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해도, 이러한 기술이 궁극적으로 공정한 사법 절차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필요하다.

현재 AI 판사 도입에 대해 법조계는 엇갈린 입장을 보인다. AI는 편향된 판단을 배제할 수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 편향이나 부적절한 결과를 낼 위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의 예측 기능이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으나, 기본적인 사법 가치인 공정성과 투명성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AI 판사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에는 여전히 기술적, 윤리적 장벽이 존재한다. 사법 전문가들은 AI가 사법 절차의 공정성, 공개성, 절차적 공평성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AI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 사법 시스템에 도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AI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정의의 원칙을 희생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AI는 법원의 판결에서 인간의 편견을 배제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술로는 AI가 데이터 기반 예측 기능으로 법적 결정을 도울 수 있지만 판단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AI 판사의 도입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 발부과정 등에서 사법부 재판관의 공정성에 대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판사와 법원 등 사법부 스스로 신뢰 회복을 위한 처절한 반성과 노력이 우선해야 한다.

박재형 (재미 정치학자)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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