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20원 급락…한달새 낮은 움직임
전문가 "변동성 확대 아직 안심 일러
정쟁 멈추고 통상안보외교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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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외환·금융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한마디'가 일으킨 바람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휘청거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보편 관세 공약을 행정명령에 넣지 않은 영향이 외환시장에 전해지자 환율이 20원 가까이 급락해 최근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움직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오후3시30분)보다 12.2원 내린 1439.5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전날보다 14.7원 하락한 1437.0원으로 시작해서 장 초반 1432.9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구체적인 관세 부과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은 것에 시장이 즉각 반응하며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보류' 보도가 전해진 뒤 107.9까지 급락했다. 달러인덱스는 '트럼프 스톰'을 예고한 지난 17일엔 110.17까지 오르며 26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도 트럼프 리스크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하며 전장 보다 2.02포인트(0.08%) 내린 2518.03로 거래를 마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언급이 전해지자 유로화와 엔화, 위안화 등이 약세로 전환하고, 미국 주식 선물시장도 상승분을 반납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며 트럼프발(發) '변동성 경고등'을 켜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행정명령 서명식 직후 "우리는 거의 모든 나라에 적자"라며 한층 더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2.0'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일자리, 회사를 훔치고 있다"고도 했다.
이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위적인 달러 절하를 시도하고, 그 정책이 실효성을 잃게 되면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시장금리 역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데, 이때 완화적 통화정책의 리스크는 더 커진다"고 경종을 울렸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중쟁패에 가장 타격을 입을 나라가 한국"이라며 "미중쟁패가 더욱 가열되고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이 고래싸움에 등터지는 새우가 되면 안된다. 사생결단의 정쟁을 접고 전방위적인 통상안보외교를 펴야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