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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뒤에 숨어 사기 행각… “계좌主도 점차 처벌 강화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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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 기자 | 정민훈 기자

승인 : 2025. 01. 13. 17:46

[인터넷 사기, 피해의 늪]
신분증 위조·가짜 법인 등 수법 교묘
대법 '현금전달책' 유죄 판결 늘어나
범죄 일조 행위에 대한 경각심 가져야
대한민국 '사기공화국'이라는 타이틀은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의 소극적 대응과 책임 떠넘기기, 사법부의 온정주의적 판결, 국회의 입법 미비가 불러낸 합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시아투데이는 진화하는 인터넷 금융사기범죄 현상을 돌아보고 이들이 국내에서 활개 칠 수 있는 것은 이른바 '현금전달책'으로 불리는 이들의 '계좌 대여' 및 이를 방치한 시스템에 있음을 짚는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과 각종 SNS 플랫폼 활성화로 인해 인터넷 직거래 규모가 2025년 43조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기 조직의 수법도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 이들은 SNS의 익명 뒤에 숨어 각종 신분증 위조는 기본, 가짜 법인을 내세운 뒤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이어가고 있다.

13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인터넷 직거래 사기의 경우 일단 한 번 송금하면 피해회복까지 그야말로 가시밭길과도 같다. 보이스피싱 범죄의 경우 피해 사실을 인지하는 즉시 은행의 착오송금 반환신청이나 계좌 지급정지 신청 등으로 피해를 막아볼 수도 있지만 개인 간 직거래 사기는 아직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운이 좋아 사기조직에 돈을 유통한 '현금전달책'이 잡히더라도 이미 대부분 돈은 빠져나간 뒤라 피해자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길고 긴 시간을 겪어내야 한다. 설상가상 '현금전달책'에 대한 형사처벌은 판사마다 고무줄 잣대가 적용돼 가벼운 처벌로 끝나기도 한다.

대형로펌 출신의 한 변호사는 "변호인들 사이에서는 판사들을 '무죄파, 집행유예파, 엄단형파'로 나눠 정보를 주고받을 정도로 개개인 성향에 따라 판결에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현금전달책에 대한 '미필적 고의' 입증이 그만큼 어렵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과거와 비교해 계좌주에 대한 처벌이 점차 강화되는 추세라는 데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시금석이 될 만한 판결도 내놨다. 보이스피싱 조직 '현금수거책'으로 범행에 가담해 11일간 활동하고 약 235만원을 받아 기소된 40대 B씨 사건에 대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에서 지난달 2심의 무죄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낸 것이다.

대법원은 B씨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2심 판결에 대해 "피고인이 반드시 보이스피싱 범행의 실체와 전모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만 각각의 범죄의 공동정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법 및 폐해는 오래전부터 언론 등을 통해 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B씨가 17년간 자영업을 영위하고, 택배·식당일 등을 한 경력이 있었던 점에서 "보이스피싱 등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법조계에서도 금융사기조직에서 '현금전달책'의 책임과 처벌은 앞으로 점점 무거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법무법인 YK 전형환 변호사는 "보이스피싱이나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에서 현금 전달책이나 통장 대여자로 가담하는 행위는 단순한 알선이나 부탁을 넘어 범죄를 성립시키고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사기죄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실제로 징역형이 선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변호사는 이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의 경우 최소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이 선고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범죄에 일조하는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임수 기자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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