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싱가포르 iHQ' 건립 예정
정준호 百대표, 타임빌라스 강화
체험공간 늘려 매출 극대화 계획
강성현 마트대표, 델리매장 전환
구리점 '그랑그로서리' 오픈 전망
'롯데 유통 3인방' 김상현·정준호·강성현 대표는 지난해 말 대규모 '인사 칼바람'에도 꿋꿋이 살아남았다.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36%가 교체되는 속에서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신뢰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부터 수시인사로 바뀐 만큼 당장 가시적인 성과로 믿음에 답해야 한다. 롯데쇼핑이 목표한 '2030년 매출 20조3000억원, 영업익 1조3000억원 달성'의 성사 여부도 이들 '유통 3인방'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롯데쇼핑은 '삼각편대'로 성과 창출에 나선다. 유통군이 해외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하고, 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를 중심으로 한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며, 롯데마트·슈퍼가 영국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의 시스템 고도화 적용에 나설 예정이다.
해외사업을 맡고 있는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에 주어진 숙제가 많다. 롯데쇼핑의 해외사업은 신동빈 회장이 눈여겨 보는 사업 중 하나다. 내수 부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해외에서 새 먹거리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롯데쇼핑의 베트남 쇼핑몰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꼽으며 시장을 선도할 사업모델 추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올해 김 부회장은 동남아 공략 교두보인 싱가포르에 전략 수립을 담당하는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를 늦어도 상반기 내에 설립할 예정이다. 김 부회장은 iHQ를 설립해 동남아 시장 확장을 위한 자금조달과 투자, 나아가 기업공개(IPO)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2023년 1조5000억원에 그친 매출을 2030년까지 3조원 으로 높인다는 목표도 세웠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미래형 쇼핑몰 '타임빌라스'를 중심으로 반등을 꾀한다. 백화점 사업은 롯데쇼핑 영업이익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부문이지만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보다 영업이익률이 낮다. 최근에는 전국 백화점 순위 3위였던 본점이 거래액 2조원을 달성한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에 자리를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정 대표는 백화점을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체험을 통해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복합쇼핑몰로 탈바꿈해 매출 극대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타임빌라스 수원을 오픈한 데 이어 송도, 수성(대구), 상암, 전주 등에도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국에 13개 점포를 늘려 매출 6조6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강성현 대표가 이끄는 롯데마트·슈퍼도 올 상반기부터 과감한 전략 변화에 나선다. 슈퍼사업은 신선식품과 델리 중심의 매장으로 가맹점 사업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기존 매장도 식품이 90% 이상인 '그랑그로서리'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신규 오픈이 예정된 롯데마트 천호점과 구리점는 그로서리 강화 매장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큰 변화는 e그로서리 식품 확장을 위해 그로서리 전문앱 '롯데마트제타'를 상반기 안에 론칭하는 것이다. 피킹과 패킹, 배차와 배송 등 온라인 그로서리 전 과정을 다루는 오카도 시스템이 적용된 부산 고객풀필먼트센터(CFC)가 내년 완공되면 식품 전문 그랑그로서리 매장과 함께 '롯데마트제타'의 시너지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 유통 3인방이 지난 연말 인사에서 살아남았지만 올해 경영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다"며 "벼랑 끝에 몰린 롯데쇼핑에 연초부터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