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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권오갑·박정원, 안갯속 ‘청사해’ 메시지… ‘기술’로 ‘기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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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승인 : 2025. 01. 01. 16:03

최태원 "지난이행의 마음가짐 필요, AI 거스를 수 없어"
권오갑 "안전문제 없어야…미국 사업 기회 차분히 대응"
박정원 "대형원전 등 시장 이끌어 나가야"
최태원 권오갑 박정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부터), 권오갑 HD현대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각 사
2024년 연말까지 이어진 탄핵 정국과 제주항공 참사 속 재계가 어렵게 신년사를 꺼내놨다. 새해 미국의 트럼피즘 본격화와 끝나지 않는 전쟁으로 코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내놓은 공통된 키워드는 '미래 기술' 확보다. 모든 불확실성을 이겨 낼 '게임체인저' 기술로, 돌발 변수에 기민하게 반응해 기회를 잡아내겠다는 식이다.

지난해 재계의 다수 그룹들이 뼈를 깎는 사업 개편에 나섰고, 계엄 날벼락에 그룹 전반의 계획이 틀어진 곳도 있다. 그럼에도 채 풀어내지 못한 구조조정을 이어가고 급변하는 영업환경에 맞춰 새로운 도전에도 나서야 하는 게 2025년을 맞은 재계의 현실이다. 극복을 위한 각 사의 각오들이 신년사를 통해 전해졌다.

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임직원들에 이메일을 통해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강도 리밸런싱 작업으로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한 화학사업을 재편하고, 여전히 캐즘에 빠진 배터리에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그룹의 모습과 닿았다.

최 회장은 "우리는 지난 한 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도약하기 위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면서 "본원적 경쟁력의 확보를 위해 운영개선의 빠른 추진을 통한 경영 내실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하고, SK㈜는 자회사 SK스페셜티의 지분 85%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SKC는 반도체 부품 사업을 분할해 신설회사를 설립하고 주력이었던 CMP 패드 사업은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내내 강조했던 AI 기술 개발은 올해 더 속도를 낼 전망이다. 최 회장은 "AI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전했다. 다음 주 예정된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미국 CES 현장에서도 SK그룹이 선보일 기술 청사진이나 최 회장과 글로벌 주요 기업들과의 만남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연말 제주항공 참사는 '안전'이 곧 최선의 리스크 관리라는 인식에 한층 불을 지핀 모양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신년사에서 가장 먼저 '안전'을 강조했다. 권 회장은 '우리 회사에는 당신이 다치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라는 회사 곳곳에 걸려있는 문구를 다시 확인하며 "올해는 안전사고 문제로 우리 회사의 이름이 나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한국 조선업계 최대 기회로 떠오르는 미국 관련 사업 기회 확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직후 한국 조선업과 협력을 원한다고 직접 말한 만큼 국내 조선업 모두 구체적인 방안에 예민하게 반응 중이다.

권 회장은 "차분하게 대응하면서 우리의 실익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 정부와도 긴밀히 협력해 국가 대표 K-조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 핵심이 '기술혁신'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그룹은 GRC를 중심으로 설계, 개발, 연구인력을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계속 충원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예측불가(Unpredictable)·불안정(Unstable)·불확실(Uncertain)한 '3U' 상태의 경영환경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우선은 안정을 기조로, 기회가 오면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자"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AI 관련 수요 급증과 세계 전력시장 확대 기회 속에서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수소연료전지' '전자소재' 사업에서 더욱 속도를 높여 시장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이전하는 내용의 사업 개편을 추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합병비율을 놓고 주주들과 진통을 겪고,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는 정정신고서를 무려 7번이나 수정하면서 단계를 밟아갔으나, 막판 계엄 여파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좌초된 바 있다.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의 목표는 '클린에너지' '스마트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의 그룹 3대 사업 축을 확고히 하는 것이었다.

박 회장은 "연관 있는 분야에서 회사나 부문 간 경계를 넘는 협업을 위해서는 활발한 소통과 더불어 새로운 시도가 적극 장려돼야 한다"며 경영진이 특별히 앞장서 주기를 당부했다.

한편 재계는 신년사를 통해 애도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최 회장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전했으며, 권 회장 역시 "유가족 여러분에게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안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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