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환율 상승 여파 등 기업대출 감소폭 확대
농협은행 유일 증가
|
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기업대출 잔액은 825조39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말 대비 6조1447억원 증가한 수준이지만, 11월과 비교하면 4조3932억원 감소한 수치다. 특히 12월 기업대출은 2024년 중 가장 크게 줄었다. 11월 9060억원 줄어들며 감소세로 전환된 이후 더욱 확대된 것이다.
시중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유일하게 증가세를 이어갔다. 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42조8461억원으로, 전달 대비 0.36% 증가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2% 감소한 156조2139억원을 나타냈다.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전달(1.42% 감소)보다 감소폭이 더욱 확대된 수치다. 뒤이어 하나은행이 162조9189억원으로 0.85% 감소했으며, 신한은행(176조599억원)과 국민은행(187조1581억원)도 각각 0.19%, 0.01% 감소했다.
같은 기간 5대은행의 전체 중기대출 잔액도 663조5304억원으로, 0.36% 감소했다. 2024년 중 중기대출이 감소한 것은 12월이 처음이다.
농협은행(0.56%)과 국민은행(0.09%)만이 증가세를 나타냈다. 우리은행은 중기대출 잔액이 125조3181억원으로, 1.73% 감소하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하나은행(132조2935억원)은 0.59% 감소하며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신한은행(141조3606억원)도 0.16% 줄었다.
기업대출 감소세의 배경에는 고금리와 환율 상승이 꼽힌다. 5대 은행의 평균 기업대출 금리를 보면 지난해 11월 4.74%로, 전달 대비 0.10%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달러 강세가 지속되며 원·달러 환율은 지난 30일 기준 1472.5원으로, 작년 초 대비 13.2% 상승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연말 은행권의 기업대출 감소는 통상적인 계절적 요인으로, 올해 초부터 대출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환율 상승으로 은행들의 외화 대출 자산이 늘어나면서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됐고, 이로 인해 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 압력을 받으며 대출 축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 특히 미·중 갈등 심화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가능성과 같은 대외 변수들이 기업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은행들의 대출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연말은 기업들이 대출 상환을 늘리는 시기지만, 올해 초에는 기업 활동 본격화로 대출 수요가 다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중소기업들은 올해 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전략에 따라 대출 수요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