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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매각이 장기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매각 재수생'인 두 회사는 이미 조(兆)단위의 높은 몸값에 잇달아 매각이 불발된 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적마저 부진하기 때문이다.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대주주는 모두 사모펀드다.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매각 가격을 과도하게 낮추기보다는 자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실적 개선에 속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각각 844억원, 1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8%, 72% 감소한 수치다.
두 회사의 실적이 눈에 띄게 감소한 이유는 작년 일회성 요인 때문이다. 롯데손보는 작년 3분기 금융당국의 실손보험 계리적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보험영업이익(3865억원)이 평균 분기 실적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로 인한 기저효과로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롯데카드는 작년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매각 영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회성이익 효과를 제외해도 전년 대비 순이익 감소폭은 38.9%였다.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또 다른 공통점은 '강력한 영업 드라이브'가 실적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롯데손보는 GA(법인보험대리점) 채널을 공략하며 장기보험 비중을 확대해 왔다. 특히 영업에 유리한 무·저해지형 보험을 주로 팔았는데,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무·저해지형 보험 해지 가정법 관련 규제로 실적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무·저해지형 보험은 납입기간 중 계약을 해지할 경우 해약환급금이 없거나 적을 수 있지만, 대신 보험료가 저렴하다.
롯데카드는 카드론 등 금융자산을 대폭 늘려왔다. 롯데카드의 올 3분기 총 자산은 24조42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조달비용 부담에 순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실적 부진으로 롯데손보와 롯데카드의 매각전도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손보업계는 무·저해지형 보험 규제로 보험영업 환경이 어려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고,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 인하 등으로 업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어서다. 두 회사의 대주주인 JKL·MBK파트너스는 2조~3조원가량의 매각 가격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잠재적 인수 후보로 꼽혔던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이 두 매물을 검토했지만 모두 인수를 포기했다는 점도 (롯데손보·카드의) 매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며 "내년 실적 개선 여부에 따라 매각 성사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