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에 지친 개미들, 해외로 눈돌려
미래에셋·삼성證 수수료 1000억 돌파
앞으로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이 대형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확대된 불확실성이 수출주 중심의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주식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수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다수의 리테일 고객을 확보하고 있으며, 중소형사 대비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해외주식 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대형 증권사의 수혜가 예상된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기자본 기준 상위 5개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위탁매매 수수료 순수익 합은 1조852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645억원) 대비 11.3% 증가했다. 3분기 들어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 20조원이 무너지면서(18조2276억원)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가 유력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빅5 증권사 모두 실적이 개선됐다.
이는 해외주식 수수료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서 갇혀 지지부진하자, 국내 주식투자자들에게 미국 주식투자를 중심으로 해외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11월 14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 금액은 1095억8324만 달러로 지난해 768억5011만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로 인해 빅5 증권사의 해외주식 수수료 합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9.5% 늘어난 570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리테일이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의 수수료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미래에셋증권은 180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7% 급증했고, 같은 기간 삼성증권 1453억원으로 2배 늘어났다.
한국투자증권 924억원, KB증권 765억원, NH투자증권 764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작년 3분기까지 420억원을 기록했던 KB증권은 82.1%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체 위탁매매 수수료에서 해외주식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확대됐다. 3분기 누적 기준 미래에셋증권 36%, 삼성증권 32.1%, 한국투자증권 28.3%, NH투자증권 20.8%, KB증권 19.5% 순으로 전년 동기 대비 최소 5.1%포인트에서 최대 12.3%포인트까지 상승했다.
IT 기술의 발전으로 해외주식 투자가 더욱 쉬워짐에 따라 앞으로 국내 주식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수요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근 국내 증시가 외부 변수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투자자의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주식 거래량이 브로커리지 수익의 척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수수료 수익 다각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더구나 온라인(MTS·HTS 등)을 통한 국내 주식거래 수수료는 최저 0.014% 수준인 데 반해, 해외주식은 최저 0.25%로 큰 차이를 보인다. 해외주식 투자 거래량이 계속 증가한다면, 새로운 수익원의 한 축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선 국내 주식시장보다는 성장기에 위치한 해외주식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