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여야 합의 안 되면 정부안대로 올라가는 구조… ‘원전 반대’ 기조 변화 아냐”
18일 예산소위… ‘야당 설득’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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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7일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지난 12일 산자위에서의 원전 관련 예산 처리가 여야 합의의 결과물일 뿐 당의 원전 관련 방침이 변한 것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앞서 산자위는 지난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원전 관련 예산을 2138억 8900만원 규모로 하는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을 여야 합의로 의결했다.
지난 11일 밤 산자위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합의된 대로 예산안을 처리한 것인데, 원전 관련 예산은 정부 원안에서 1억원 증액된 규모로 합의가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원전 생태계 금융지원은 1500억원, 원자력 생태계 지원사업은 112억 800만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료(i-SMR) 기술개발사업은 329억 2000만원, SMR 제작지원센터 구축사업은 정부가 편성한 54억 800만원에서 1억원 늘어난 55억 800만원,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은 35억원 규모로 합의됐다.
이 밖에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 사업 예산은 61.3% 늘어난 5263억원,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예산은 정부안 1564억원에서 2.4%가량 늘어난 1602억원으로 처리됐다. 동해 심해 가스전·유전 개발 사업인 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은 정부안 556억원에서 50억원 감액된 506억원으로 합의됐다.
원전 관련 예산이 정부안보다 오히려 늘어난 규모로 처리되면서,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원전 반대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원전 예산 증액이 여야 합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일어난 일일 뿐 당의 방침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회 산자위 예결소위에 참여하고 있는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당에서 (원전과 관련해) 무슨 입장을 정리하거나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당내에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장 의원은 "원전 연구·개발(R&D) 사업 같은 경우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을 중단시킬 수는 없지 않나. 그런 종류의 내용들이 많았어서 실질적으로 감액하기가 쉽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또 협상이 아예 안 되면 신재생 에너지 예산 증액이나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감액 등 저희가 목표로 삼는 바가 실행이 아예 안 되기 때문에 억지로 기존에 진행되던 R&D 예산을 깎지는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산자위 예결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원전 관련 기조 변화가)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를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되 그렇다고 원전을 없앨 수 없으니까 원전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기조 변화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소위에서) 감액을 하려고도 했는데, 예결소위 위원장은 물론 전체 상임위 위원장이 여당 소속이라 (여당 의견을) 어느 정도 야당이 받아주지 않고 합의가 깨지면 위원장이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을 수도 있고, 회의가 파행될 수도 있다"면서 "그러면 그냥 정부 원안대로 (예결위에) 올라가게 된다"고 짚었다.
산자위 소속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상임위원장이 여당이고 예결소위 위원장이 여당이라서 야당이 감액을 요청하더라도 표결로 처리가 안 되는 거라 (원전 예산을) 못 깎은 것"이라며 "여당이 위원장인 상임위는 저희가 일방적으로 깎을 수가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기본적으로 원전에 대해 당에서 긍정적인 입장으로 전환한 것은 전혀 아니고, 야당이 만약에 동의를 하지 않고 회의가 파행이 돼 버리면 정부 원안 그대로 예결위에 넘어가게 돼서 야당이 증액을 하거나 삭감을 하는 것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현실적인 고려를 상임위 차원에서는 한 것"이라며 "예결위 차원에서는 다시 한 번 논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산자위 소속 민주당 의원도 "야당이 다수이긴 하다만, 상임위원장도 예결소위 위원장도 국민의힘이어서 (원전 예산을) 삭감하면 도저히 회의 자체가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러면 회의가 파행돼 정부 원안이 예결위에 올라가게 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상임위에서 제대로 된 예산 심사를 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때문이지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라며 "예결위에서 예산안 변동이 생길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했다.
야당의 원전 반대 기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산자위에서 의결된 예산안을 받아든 예결위에서 원전 관련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예결위 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지난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전 관련 예산을 최대한 감액하는 대신 원전 안전 관리나 재생 에너지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말해 원전 예산 삭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허 의원은 원전 예산 심사 방침과 관련해 "당의 전략"이라며 말을 아꼈고, 허 의원실 측은 "저희 심사 방향은 정해져 있고, 아직 그게 변동되거나 한 것은 없다"면서도 "아직 정확한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이 원전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여야 합의 여지를 열어놓으면서, 정부와 여당의 야당 설득이 원전 예산 확보를 위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게 됐다. 국회가 18일부터 예산안의 감액·증액을 심사하는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를 가동하는 가운데, 정부는 원전 예산 감액보다는 신재생 에너지 예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야당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철민 의원은 "(산자위 예결소위 논의 당시) 산업부가 원전 예산을 깎는 것보다 신재생 예산을 늘리는 것이 국가적으로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계속 이야기했다"면서 "그래서 예산 삭감으로 원전 R&D 같은 것들을 중단시키는 것보다는 신재생 에너지 예산을 늘려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판단이 소위에서는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