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2일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쪽을 향해 GPS 전파 교란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남쪽을 향해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기 시작한 직후였다. 이후 지난달 초부터 남북 접경지역에서 간헐적으로 GPS 전파 교란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탐지됐는데, 최근 공격 양상에 변화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은 GPS 공격 시 남쪽으로 방향을 집중해 교란을 시도했지만, 최근 공격은 북한의 서쪽인 '백령도' 방면을 주로 향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초 '남측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고 주장하며 발작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 만큼 최근 GPS 교란 공격을 이와 연관시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GPS 공격 범위가 그들이 주장하는 '한국군 무인기 침투 경로'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GPS 교란은 무인기 주장에 대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일종의 보여주기라는 분석이 나오는데, 우리가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여야 공동 결의안 채택에 또다시 실패해 심각한 안보불감증을 드러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지난 8일 결의안 문구 조율을 시도했으나 여야 견해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다국적 이행 모니터링팀(MSMT) 활동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이행과 강화를 위한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는 내용을 결의안 초안에 담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확인 이후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언급하는 등 강경발언을 하면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내용을 결의안에 담을 것을 주장했다. 북한이 1만명 이상을 러시아 전선에 보냈고, 북한군 사상자가 나왔다는 보도도 나올 만큼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정치권은 규탄 결의안조차 하나 못 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윤 대통령은 1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경제·안보회의를 열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영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서도 상당히 많은 구조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며 "국방 분야에서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토대로 확실한 대북 억지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국 대선 이후에도 GPS 교란과 같은 도발을 일삼는 것은 트럼프 당선인 떠보기라는 시각도 있다. 어떤 경우에라도 북한 도발에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