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 앨범 시도하지 않은 건 아쉬워…싱글 위주 활동 전념 시사
|
이번 앨범은 모두 7곡을 담고 있다. 2013년 선보였던 19집 '헬로'보다 3곡이 줄었다. 시도한 장르는 '왜'를 제외하고 모두 경쾌한 팝 록(Pop Rock) 계열로, 한우물을 파는데 주력한 듯싶다. 버벌진트의 랩이 얹혀진 '헬로'와 전성기를 재현한 성인 취향의 발라드 '걷고 싶다' 등 꽤 다양한 장르에 손댔던 19집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타이틀곡 '그래도 돼' 등 수록곡 대부분은 아주 청량한 사운드로 다양한 연령대에 두루 어필한다. 50대 이상 중장년 팬들에게는 198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두 록밴드 토토나 알이오 스피드웨건의 노래를 떠올리게 하고, 30~40대를 상대로는 포스트 브릿팝을 대표하는 콜드플레이처럼 다가갈 듯 싶다. 또 10~20대가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연주 부문만 듣는다면 '어, 이거 데이식스 신곡 아니야?'라며 누구의 노래인지 궁금해 할지도 모르겠다.
음색 역시 칠순의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여전히 카랑카랑하고 때로는 명징하다. 19집을 발표했을 때 창법이 젊은 곡 분위기와 살짝 어울리지 않는다는 일부의 지적을 의식해서인지는 몰라도 바이브레이션을 최대한 자제하고 담백하게 부르려 애쓴 듯한 의도가 엿보이고, 진성과 가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기교는 더욱 섬세해졌다.
물론 오랜 팬의 한 사람으로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이전의 앨범들처럼 수록곡 각각의 개별적인 완성도를 끌어올리는데 집중한 것은 늘 그렇듯 좋았다. 그렇지만 이왕이면 지금은 맥이 끊기다시피 한 콘셉트 앨범 형식에 하나의 통일된 주제를 담는 방식을 시도했다면 음악적으로 더 훌륭한 평가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으로부터 21년전, 데뷔 35주년 공연을 앞두고 있던 조용필을 2시간 가까이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술을 많이 줄인데다 별다른 취미도 없어 시간이 남아돈다. 뮤지컬에 관심이 많아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실황 영상을 반복해 본다. 그게 유일한 낙"이라며 허허 웃다가도, 자신의 음악적 성과에 만족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젓던 모습은 지난달 하순에 열린 20집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대로였다.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 앨범이 될지 모르겠다는 한마디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보란듯이 21집을 발표할 것같기도 하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조용필이기에 걸어보는 기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