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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사모펀드 사태] 5년 따져보니…고려아연 주가 23% 오를 때 영풍은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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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연 기자 | 김유라 기자 | 김한슬 기자

승인 : 2024. 09. 26. 17:03

“우량기업 인식 있어 싸움 뛰어든 것
공개매수 성공 시 나쁜 선례 우려”
공개매수가 75만원으로 13% 상향
고려아연 “묻지마 빚투로 경영권 탈취 야욕”
고려아연 본사
고려아연 본사/박상선 기자
영풍 주가가 지난 5년새 반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고려아연의 주가는 24% 가까이 올랐다.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이슈가 발생하기 직전을 기점으로 계산한 수치다. 영풍-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기업가치, 주주가치를 개선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작 긴 시간 영풍을 믿고 투자해 온 주주들을 위한 주가 증진은 없었던 셈이다.

이율배반적 상황에 실적부진까지 겹쳐 영업이익보다 당기순이익이 높은 기간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자체 주력사업으로 번 돈 보다 그 외 사업으로 번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공장가동률은 올 2분기 기준 50%대까지 떨어져 사업 발전성과 주가 상승 동력에 대한 의문도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풍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성공하기 위해 공개매수가를 기존보다 13.6% 올려 75만원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존보다 3000억원의 자금이 더 필요한 작업이다. 일각에서는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사모펀드의 작전'에 의해 수십년 된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뺏기는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고려아연 위기라지만, 우량기업 인식"

26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년전인 2019년 9월 16일 영풍의 주가는 60만6000원이었다. MBK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입을 공개하기 직전인 지난 9월 12일 기준으론 29만7000원으로 51%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려아연의 주가는 45만원에서 55만6000원으로 23.6% 늘었다. 공개매수 선언 이후의 주가까지 따지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고려아연은 이날 종가 기준 71만 3000원, 영풍은 37만3500원이다.
시점을 5년 전과 비교한 이유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을 이른바 '손절'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4~5년 전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환경 문제가 발생했고, 영풍 측이 산업 폐기물을 고려아연으로 넘기려 했으나 최윤범 회장이 이를 반대해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영풍은 실적도 감소 추이를 보였다. 2019년 영풍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흑자전환했으나, 2020년 44.7% 감소하고, 2021년에는 적자전환했다. 2022년 다시 흑자전환했으나 지난해에는 1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흑자였다. 2019년 영업이익이 844억원일 때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대였으며, 2021년 2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때도 당기순이익은 1701억원이었다. 올 2분기에는 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겨우 냈지만, 당기순익은 무려 539억원이었다. 당기순익은 본업이 아닌 임대수익 등의 기타 부문에서 수익을 냈다는 뜻이다.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줄곧 80%대를 유지하다가 올 상반기 기준 58.4%로 급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들(영풍, MBK)이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이 위기에 처해있다'고는 하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라면서 "사실은 고려아연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우량기업으로 인식되어 있어 이 싸움에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MBK는 '엑시트가 목적이 아니다'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하지만 고려아연 주주들이나 경영권자 입장에서는 MBK가 단타로 '먹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MBK측이 경영권 확보에 성공한다면, 속된말로 '사모펀드의 작전'에 의해 수십 년 된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뺏긴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MBK
강성두 영풍 사장(왼쪽부터),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공개매수가 결국 인상…승자의 저주 우려도
이날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를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를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상향 조정했다. 특히 고려아연 공개매수가에 대해서는 당초 가격을 상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언에도 기존 가격의 13.6%나 올렸다. 이에 최대 목표 물량인 302만4881주 기준 공개매수 대금 부담이 기존 1조9998억원에서 2조2721억원으로 약 3000억원 늘어났다.

MBK가 고려아연 인수에 성공해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기존부터 제기돼 왔다. 인수 후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갈 경우 MBK로선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분쟁 전 고려아연의 평균 주가는 50만원 대였다.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전날보다 1.28% 상승한 72만3000원에 마쳤다.

또 일각에서는 자금 부담이 추후 고려아연 사업 자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한다. 경쟁 과정에서 썼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고려아연 자금을 끌어다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비용이 향후 고려아연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가격을 올려 (인수에) 성공한다 한들 마냥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 고려아연 "묻지마 빚투로 경영권 뺏으려는 야욕"
이날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인상에 대해 "'묻지마 빚투'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뺏겠다는 투기자본 MBK와 실패한 경영인 장형진 영풍 고문의 검은 야욕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면서 "영풍은 대표이사 2명이 구속돼 사내이사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내주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3000억원 대출까지 받아 이를 MBK에 빌려주는 믿을 수 없는 결정까지 내렸다"고 맞섰다.

이어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면서 8개월짜리 빚인 단기차입금 1조4905억원을 조달하더니 다시 3000억 원의 빚을 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빚만 무려 1조8000억원, 말이 사모펀드지 펀드자금은 몇천억원 수준에 불과한 '빚투 펀드'"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안소연 기자
김유라 기자
김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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