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매수 성공 시 나쁜 선례 우려”
공개매수가 75만원으로 13% 상향
고려아연 “묻지마 빚투로 경영권 탈취 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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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배반적 상황에 실적부진까지 겹쳐 영업이익보다 당기순이익이 높은 기간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자체 주력사업으로 번 돈 보다 그 외 사업으로 번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공장가동률은 올 2분기 기준 50%대까지 떨어져 사업 발전성과 주가 상승 동력에 대한 의문도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풍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성공하기 위해 공개매수가를 기존보다 13.6% 올려 75만원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기존보다 3000억원의 자금이 더 필요한 작업이다. 일각에서는 영풍-MBK 측이 경영권을 확보한다면 '사모펀드의 작전'에 의해 수십년 된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뺏기는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고려아연 위기라지만, 우량기업 인식"
26일 한국거래소 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년전인 2019년 9월 16일 영풍의 주가는 60만6000원이었다. MBK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입을 공개하기 직전인 지난 9월 12일 기준으론 29만7000원으로 51% 급감했다. 반면 같은 기간 고려아연의 주가는 45만원에서 55만6000원으로 23.6% 늘었다. 공개매수 선언 이후의 주가까지 따지면 그 차이는 더 벌어진다. 고려아연은 이날 종가 기준 71만 3000원, 영풍은 37만3500원이다.
시점을 5년 전과 비교한 이유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영풍을 이른바 '손절'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4~5년 전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환경 문제가 발생했고, 영풍 측이 산업 폐기물을 고려아연으로 넘기려 했으나 최윤범 회장이 이를 반대해 사이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영풍은 실적도 감소 추이를 보였다. 2019년 영풍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흑자전환했으나, 2020년 44.7% 감소하고, 2021년에는 적자전환했다. 2022년 다시 흑자전환했으나 지난해에는 1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꾸준히 흑자였다. 2019년 영업이익이 844억원일 때 당기순이익은 2000억원대였으며, 2021년 2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때도 당기순이익은 1701억원이었다. 올 2분기에는 8000만원의 영업이익을 겨우 냈지만, 당기순익은 무려 539억원이었다. 당기순익은 본업이 아닌 임대수익 등의 기타 부문에서 수익을 냈다는 뜻이다.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줄곧 80%대를 유지하다가 올 상반기 기준 58.4%로 급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들(영풍, MBK)이 '고려아연의 재무 건전성이 위기에 처해있다'고는 하지만 속내는 다를 것"이라면서 "사실은 고려아연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우량기업으로 인식되어 있어 이 싸움에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MBK는 '엑시트가 목적이 아니다'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하지만 고려아연 주주들이나 경영권자 입장에서는 MBK가 단타로 '먹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MBK측이 경영권 확보에 성공한다면, 속된말로 '사모펀드의 작전'에 의해 수십 년 된 국내 기업이 경영권을 뺏긴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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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매수가 결국 인상…승자의 저주 우려도
MBK가 고려아연 인수에 성공해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기존부터 제기돼 왔다. 인수 후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갈 경우 MBK로선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 분쟁 전 고려아연의 평균 주가는 50만원 대였다.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는 전날보다 1.28% 상승한 72만3000원에 마쳤다.
또 일각에서는 자금 부담이 추후 고려아연 사업 자체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한다. 경쟁 과정에서 썼던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고려아연 자금을 끌어다 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고려아연의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한 수많은 비용이 향후 고려아연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며 "가격을 올려 (인수에) 성공한다 한들 마냥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 고려아연 "묻지마 빚투로 경영권 뺏으려는 야욕"
이어 "MBK와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면서 8개월짜리 빚인 단기차입금 1조4905억원을 조달하더니 다시 3000억 원의 빚을 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빚만 무려 1조8000억원, 말이 사모펀드지 펀드자금은 몇천억원 수준에 불과한 '빚투 펀드'"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