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내 자회사 CEO 자경위 개최
수익 개선·위기관리 능력 합격점
대부분 초임… 추가 기회 가능성
부정 대출 등 금융사고는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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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하나, 우리, NH농협금융은 이달 내 자회사(계열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올 연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은행장의 경영 승계 작업을 위한 절차에 돌입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금융지주·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현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차기 선임 절차가 시작돼야 함에 따른다.
신한금융은 앞서 지난 10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신한은행을 비롯해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대표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자회사에 대한 롱리스트를 선정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경영능력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실적 부문에서 5대 은행 모두 우수한 성적을 기록한 만큼 연임 가능성을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총 14조918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지난 2022년 13조7472억원 대비 2.5% 성장했다. 올 상반기의 경우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상반기 8조969억원 대비 1.9% 증가한 8조2504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건재한 모습을 보였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을 제외한 4명의 은행장이 모두 초임이었다는 점 역시 추가적인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데 힘을 싣는다. 정상혁 신한은행장과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모두 지난해 초 취임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7월 선임돼 상대적으로 짧은 임기를 보냈다. 이 국민은행장은 2022년 1월 취임 후 2년간의 임기를 마친 뒤 추가로 1년 임기 연임에 성공했던 바 있다.
이 같은 전망은 첫 임기였음에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뒷받침된다. 정 신한은행장은 고(故) 한용구 전 행장의 사임 이후 갑작스럽게 취임했음에도 수장 공백 사태를 발 빠르게 수습하고 디지털과 내부통제 강화 등으로 중장기 성장을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이 하나은행장은 기업대출 및 퇴직연금 등을 중심으로 한 영업력 강화에 나서며 취임 첫해 리딩뱅크 자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조 우리은행장 역시 기업금융 명가 부활을 통한 수익성 강화를 천명하며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했으며, 이 농협은행장은 정통 농협맨이자 대표적 영업통으로서 수익성 개선은 물론이고 디지털 혁신을 통한 미래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국민은행장의 경우 연임의 배경이었던 수익성 증대 전략에 더해 올해는 ELS 수습 국면에서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까지 입증했다. 다만 최근 금융권의 최대 화두인 '내부통제'는 이 같은 성과와 무관하게 변수로 자리할 수 있다.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이 시행됨과 동시에 내부통제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음에도 최근까지도 횡령, 부정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은 시스템 운영 미흡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주요 시중은행이 일제히 책무구조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100억원대의 대형 금융사고가 줄이은 만큼 책임 소재를 마냥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들어 104억원, 111억원, 272억원 규모의 초과대출(배임)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100억원 규모 횡령과 부정대출 사태 등으로 당국의 집중 조사 대상이 됐으며 농협은행은 109억원, 53억원, 11억원 규모의 초과대출(배임)과 120억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5대 은행장 모두 수익성 및 성장성 부분에서는 합격점을 받은 상태"라면서도 "다만 대규모 금융사고에 따른 내부통제와 관련한 이슈는 연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