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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눈에 들어온 MBK 측의 주장은 고려아연이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차입밖에 방법이 없다고 우려하는 것이었습니다. MBK의 주장에 따르면 그간 고려아연 측이 '현금을 물 쓰듯' 했고, '일정 기간 수익성 확보 어려운 신사업 투자는 차입 의존 뿐'이라고 합니다. MBK 측은 "일정기간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신사업 투자가 지속될 경우, 2029년 고려아연의 부채는 약 10조원에 이를 전망이며 이에 따라 고려아연이 부담하게 되는 연 이자만도 2000억~3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MBK 파트너스가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부채의 규모가 아니라 부채 증가의 속도"라고도 강조했습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고려아연이 내놓은 미래성장 전략으로 신재생에너지 및 수소·2차전지 소재·자원순환 사업을 골자로 합니다. 오는 2033년까지 약 12조원의 투자가 예상되는 사업입니다.
이 부분에서 MBK는 과연 신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 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도모하고 차입을 진행하는 것은 기업의 다음 세대를 내다보는 경영진이 아니면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2차전지 기업들은 현재 캐즘 사태를 겪고 있지만 일부 투자 계획을 조정할지언정 실적이 떨어졌다고 해서 R&D나 시설투자 등 핵심을 바꾸지는 않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전기차 시대가 제대로 도래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고, 이를 오너들이 믿고 밀어주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엑시트가 목표인 사모펀드가 기업 운영을 맡을 때 먼 미래를 내다보는 적극적인 투자 지원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은 당연합니다. 그렇다면 회계 내용에 대한 진실 싸움보다 비전에 대한 공방이 더 시급하지 않을까요.
물론 차입금이 과도하게, 빠르게 불어나면 재무구조 안정성에 문제가 생겨 경계해야 할 부분임은 확실합니다. 이 부분은 고려아연 의사결정권자들의 과제입니다. 신사업의 비전을 강조한만큼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도 꾸준히 시장에 내놓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성과를 반드시 내야하고, 그렇지 못한다면 그때 주주들에게 제대로 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사실 이 싸움에서 두려움을 느껴야 할 대목은 세계에서 1위를 차지하는 비철금속 제련기업의 운명입니다. 상반기 기준 4만여명의 소액주주들, 1881명의 근로자들, 지역 경제와 산업의 근간이 달려있습니다. 사즉생인 관계자는 두 집안과 사모펀드 뿐 아니라 셀 수 없이 많은 평범한 국민들도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 고려아연 사태는 10월 중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정으로 사업 발전에 대한 비전이 가려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