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디지털 육종·농업 위성… 농산물 생산 패러다임 바뀐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910010005870

글자크기

닫기

정영록 기자

승인 : 2024. 09. 09. 17:56

| 르포 | 미래 농업기술 이끄는 농진청
유전정보 활용 디지털육종 연구 한창
생육·수확 최적 신품종 개발 밑거름
자율주행 트랙터·로봇 등 기계화 속도
내년 하반기 '농림위성' 발사 준비 착착

"우리나라 산업 전반은 기계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농업은 아직까지 사람이 하는 일이 많습니다.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을 통해 바꾸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부분입니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

지난 5일 전북 전주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이곳에는 디지털육종을 비롯한 전반적인 미래 농업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 및 이상기후 등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해법이 태동하고 있다.
첫 번째로 찾은 디지털육종 연구시설인 '표현체(작물) 연구동'은 온실 내에 콩과 벼가 각각 100개 품종씩 300개체 마련돼 있었다. 온실은 동일한 생육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일정한 물이 제공되고 있었고, 온실로 들어오는 일조량도 고르게 분배돼 어느 작물하나 그늘진 곳에 있지 않았다.

온실 속 작물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바로 옆에 마련된 '이미지 챔버'라고 하는 기계에 들어간다. 해당 기계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작물을 촬영, 유전 정보를 분석한다. 동일한 환경에서 각 작물이 갖는 생육적 특성을 유전체에서 찾는 과정이다.

일례로 벼의 경우 '동진벼' 품종을 기준으로 120일간 동일한 물과 일조량 등 조건을 설정해 종자 특성 및 생육정보를 파악한다. 이 데이터는 특정 환경에서 '최적의 생육·최대의 수확'을 달성할 수 있는 유전정보를 찾아 신품종을 개발하는 밑거름이 된다.

백정호 농진청 농업생명자원부 유전공학과 농업연구사는 "식물은 논밭 등 환경에 따라 어떻게 자랄지 알 수 없다"며 "동일한 환경을 설정해 어떤 품종이 물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지 등을 연구, 최적의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 디지털육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이 같은 데이터들의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슈퍼컴퓨터 2대를 지난해 기상청으로부터 관리전환 받아 들여왔다. 슈퍼컴퓨터는 일반 컴퓨터 3600대를 합친 것과 맞먹는 성능으로 고추 849개 자원의 유전변이를 분석하는 데 2주가 소요된다. 일반 컴퓨터 1대는 1~2자원을 처리하는 데 10년이 소요된다는 것이 농진청 설명이다.

'나비스'라는 이름이 붙은 슈퍼컴퓨터 2대는 본청 내 농생명 슈퍼컴퓨팅센터 2층에서 셀 수 없이 많은 데이터를 처리 중이다. 바로 옆 사람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동 소음은 슈퍼컴퓨터가 다루는 자료량과 연산 속도를 가늠하게 했다.

또한 농진청은 밭농업 기계화율 제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밭농업의 경우 땅이 고르지 못하고 다(多)작목 재배형태인 탓에 농기계 현장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 농진청은 우선 재배양식을 표준화해 농기계 현장 적응성과 범용성을 높일 계획이다. 목표는 오는 2026년까지 기계화율 77.5% 달성이다.

농작업 기계화도 한창이다. 제초·운반·방제로봇 등 '농업로봇 3형제'를 비롯해 자율주행 트랙터, 승용형 농기계용 자동조향장치 등의 농가 보급을 확대 중이다.

농업로봇 3형제는 고령화 및 인구감소 등으로 노동력이 부족한 농업 현장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농진청은 보고 있다. 특히 제초로봇은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본체 상단에 운반로봇과 같은 트레이를 장착, 두 가지 기능을 겸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자율주행 트랙터는 현재 농가 보급 '초읽기' 단계다. 이날 트랙터 시연을 맡은 농진청 관계자는 조작 개입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듯 양손을 위로 올려 보였다. 트랙터는 사전 설정한 경로에 따라 전·후진이 모두 가능했고, 방향 전환 역시 운전자가 직접 핸들을 돌리는 것처럼 유려하게 진행됐다.

승용형 농기계용 자동조향장치는 기존 농기계에 자율주행을 이식하는 모듈형 시스템이다. 농가는 사용하고 있는 농기계에 전용 운전대·위성항법장치(GPS)·안테나 등 장치를 부착하면 자율주행 트랙터처럼 활용이 가능하다. 지난해 960대가량이 판매됐다.

아울러 농진청은 연구진영을 우주로 까지 넓히고 있다. 지난 5월 문을 연 농업위성센터는 2025년 하반기 '농림위성'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농진청·산림청·우주항공청이 공동 추진하는 이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정보는 선제적인 쌀 수급안정 대책수립을 지원하고, 수급이 민감한 채소에 대한 주산지 재배면적 및 작황현황 분석정보 등을 제공할 전망이다.

권재한 농촌진흥청장은 "농촌 고령화에 대응해 농업 기계화율을 높이면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은 물론 농가소득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해당 연구를 통해) 새로운 농산물 생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영록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