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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의 스포츠人] 한국-팔레스타인 전에 대한 ‘이규준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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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스포츠전문기자

승인 : 2024. 09. 08. 10:30

이규준 장안대 감독·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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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준 장안대 감독·프로축구연맹 기술연구그룹(TSG) 위원/ 장원재 스포츠전문기자
이규준 감독(58)은 대한축구협회 최장수 기술위원 역임자다. 2002년 월드컵 직후 선임돼 10년 이상 재직하며 4명의 국가대표 감독을 뽑았다. 기술연구그룹(TSG) 위원으 로 매주 K리그 경기를 직관하고 기술 분석, 리포트 작성, 당일 최우수선수를 선정한다. 국내 유일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유스코칭라이선스 보유자로, 한국 축구 최고의 이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5일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한국-팔레스타인 전에 대한 견해를 듣고자 대학리그가 열린 효창운 동장으 로 찾아가 이감독을 만났다.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이규준 위원의 분석을 실을 예정이다.

- 한국 대 팔레스타인 전 0대0, 어떻게 봤나.

"새로운 감독이 선임되고 훈련 기간이 극도로 짧았다. 그래서 큰 기대는 안했다. 선수들과 미팅하고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하루 정도 아니었나. 그래 도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 하지만 일본은 동일 조건에서 중국을 무려 7-0으로 이겼다. 해외파들이 다 뛰었는데도 경기력이 압도적이었다.

"일본은 경우가 다르다. 모리야스 감독이 6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이미 축적 된 시간이 충분하다. 지난 아시안컵에서 8강 탈락했지만 일본축구협회는 모리야스 체제의 유임을 결정했다. 우리도 만약 벤투 감독이 계속 팀을 지휘했다면 적어도 부분전술이나 팀워크 면에서는 지금보다 완성도가 높았을 것이다. 그래서 새 감독 선임은 시기도 정말 중요하다."

- 잔디 이야기를 하는 선수들이 많았다. 대한축구협회도 앞으로는 대표팀 경기 장소를 옮길 수 있다고 했다.
"강팀일 수록 좋은 경기장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환경을 갖춘 유럽에서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이 우리 팀의 주류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경기력에 상당히 안 좋은 영향을 미쳤다. 섬세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 상대도 같은 경기장에서 플레이하지 않나.

"축구에선 2대1 패스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강팀의 조건이다. 논스톱 2대1 패스는 알면서도 못 막는다. 빠른 전환과 2대 1 패스를 통해 상대를 부수고 들어가는 면에 있어서 대한민국은 아시아 최강이다. 그런데 우리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경기장 상태가 안 좋으면 약팀이 유리하다. 2차 예선에서 우리가 홈에서 고전하고, 잔디 상태가 최상급이었던 싱가포르, 태국에서 대승 하지 않았나."

- 홍명보 감독 전술에 문제는 없나.

"다소 안타까운 점이 있다. 홍 감독은 최정예 멤버로 스타팅 멤버를 짰다. 여러 가지를 감안해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나눠서 출전시켰다면 어땠을까. 후반에 지친 모습을 보인 선수가 보였기에 하는 말이다."

-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달라.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정면으로 맞대응할 팀이 많지 않다. 팔레스타인이 초반 부터 내려서서 수비하리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 아닌가. 결과론 이지만, 이동경이나 엄원상처럼 빠르고 파괴적인 젊은 선수들을 전반에 기용해서 흔들어 놓고, 후반에 이강인 같은 테크니션으로 가는 게 맞았다. 이강인을 후반전에 투입했다면, 이강인이 가지고 있는 테크닉이 좀 더 빛났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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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대한민국 대 팔레스타인의 경기. 이강인과 손흥민이 이강인의 슈팅이 막히자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
- 유럽에서 온 선수들의 시차적응 등 힘든 점이 많았겠지만, 팔레스타인과 경기라면 그래도 이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조금씩 문제점이 노출은 될 수는 있었겠지만, 그래도 당연히 이겼어야 하는 경기다. 대표팀을 다시 맡아 꼭 좋은 결과를 내야 선임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에 홍명보 감독이 처음부터 과감하게 간 것 같은데, 선수들의 컨디션이 감독의 의중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면이 있다. 집중력도 최상급이 아니었다."

- 집중력 문제는 훈련장, 그러니까 파주가 아니라 고양스타디움에서 진행한 것과도 연관이 있나.

"있다. 확실히 있다. 이전까지는 파주 트레닝센터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고양이라든가 목동이라든가, 넓게 뚫려 있는 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면 아무래 도 산만해진다."

- 전술적인 미비점이라면 뭐가 있을까

"감독이 전술훈련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에 따로 드릴 말씀은 없다. 그건 홍명보 감독이 차차 개선할 것으로 본다. 그래도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다면, 정우영 선수 활용법이다. 물러선 팔레스타인 선수들을 상대로 정우영 선수가 굳이 후방까지 내려와서 3백 형태의 빌드업을 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아쉬움이다. 기존의 4백라인을 좀 더 위로 올려놓고, 그래서 전방에서 볼을 자주 받는 형 태로 경기를 운영했으면 어땠을까."

- 3백은 보통 맨투맨, 4백은 지역방어, 단순화시켜 이렇게 이해해도 되나.

"그건 수비적인 형태고, 지금 얘기는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홍 감독의 의도는 상대의 압박이 들어왔을 때 홀딩 미디필더 한 명이 내려가는 것이었다. 빌드업을 전개하는 과정을 좀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려고 했던 거다. 우리가 내려섰을 때 상대가 쫓아오면 아무래도 중원(미들써드) 지역 내에 공간이 창출된다. 그런데 팔레스타인 선수들이 올라오지 않고 있었기에 그 전술은 사실 필요 없었다. 두 센터백만 가지고도 충분히 빌드업 전개가 가능했다. 그러니까 선수 하나를 더 공격적으로 썼어야 했다."

- 그 밖에는 아쉬운 점이 또 없나.

"전체적으로 경기 운영이 조금 어수선했다. 미드필더 사이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팔레스타인 전은 선수의 개인적 능력에 더 치중했다. 이건 사실 감독의 문제는 아니다. 팀으로 맞춰놓은 패턴이 없다 보니 선수들이 개인적인 능력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고 하는 모습이 강했다. 이 부분은 전술적으로 가다듬으면 앞으로 많이 좋아질 것이다. 일류 선수들은 학습능력이 빠르기 때문이다."

- 최전방은 문제 없었나.

"스트라이커를 빨리 결정해줘야 한다. 스트라이커를 전반 후반 나눠 쓴다는 건 전술적으로 좋은 모습이 아니다. 골키퍼처럼, 스트라이커도 안정적으로 누구 한 명이 전담하는 것이 최선이다. 빨리 그 선수를 찾아야 한다. 스트라이커는 팀 내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다. 팀 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선수 한 명을 전문적으로 쓰고, 안 됐을 경우 조커를 기대해야 한다. 스트라이커를 전, 후반 나눠서 활용한다는 것은 세계적인 경쟁에 나서는 팀 수준에서는 맞지 않는 기용법이다. 아마 홍명보 감독도 이 부분에서는 저와 별로 이견이 없을 것이다."

- 주민규, 오세훈, 오현규, 또 누가 있나. 조규성은 지금 부상 중이라 당분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그렇다면 확정안은 없는 것 아닌가.

"제가 볼 때는 이날 경기에 출전한 주민규, 오세훈 두 선수를 보며 평가했을 것이다. 손흥민 선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스트라이커로도 좋은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 대상이다. 최상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홍 감독이 선수들을 다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막상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특정 선수가 하는 역할은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지만 최선의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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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팔레스타인의 2026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무승부 경기 종료 직전 관중이 축구협회 깃발을 들고 야유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 홍 감독과 정몽규 회장에게 관중이 야유했다. 이것이 선수들 경기력에 영향을 끼쳤을까.

"끼쳤다고 본다. 일단은 흥이 안 나니까. 높은 수준의 선수라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관중들이 자기를 응원하지 않고 야유한다면, 아무래도 심적으로 부담이 된다. 제일 부담이 컸던 사람은 역시 홍 감독이었을 것이다."

- 홍 감독의 표정이 경기 내내 어두웠다. 경기 전부터 얼굴도 상한 듯했다.

"감독이 운동장에 나와서 홈팬들로부터 지지를 못 받는다. 이건 어떤 감독에게 도 굉장히 부담스러운 모습일 것이다."

- 선임 과정에서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 아닌가.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갑자기 사퇴했다. 그 비밀이 뭐까. 이런 가정을 해보자.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상상이다. 정해성 위원장은 정식 선임 과정을 거쳐 홍 감독을 선임했다. 그런데 고위층 누군가가 이 결정을 거부했다면? 전력강화위원회의 전문성을 정면에서 거부당했다면, 남는 길은 사퇴하는길 하나 아닌가. 제 추정이 맞다면, 이임생 시절의 홍명보 선임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만약 정해성 시절 홍명보 감독 선임결정이 있었다면 이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돌아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 팬들은 정몽규 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협회가 팬들의 여론을 100% 따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몽규 회장 사퇴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본다."

- 다시 감독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브라질처럼, 우리도 감독 자문단을 운영해 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

"감독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 고문 그룹이 필요할 것 같다. 감독은 굉장히 외로운 직업이다. 결단을 내리고 결과에 100%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보지 못하는 부분을 옆에서 보완해 얘기해 줄 수 있는 기술 고문, 자문역이 있다면 좋겠다는 것이 제 평소의 생각이다. 브라질에선 자갈로 감독, 파레이라 감독 등이 기술고문을 맡아 벤치에도 같이 앉아 감독과 의견을 교환한다. 결정은 감독이 하지만, 축구 선배들이 조언하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 때 얀 룰푸스라는 테크니컬 코디네이터가 개인비서이자 종합적인 자문을 한 것처럼, 이런 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꼭 벤치에 같이 앉지 않더라도, 경기가 끝난 후 필드 안팎에서 감독에게 여러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스텝 중에 있다면 정서적으로도 감독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 그런 인물을 누가 뽑나.

"만약 뽑는다면 그건 감독이 자기 손으로 뽑아야 한다. 만약 외부에서 들어가 면, 보이지 않는 면에서 감독과 감정적으로 대립할 수 있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번 월드컵, 예선 통과 가능한가.

"꼭 해야 한다. 출전국도 늘어났지 않았나. 문제는 아시아축구 수준이 전체적으 로 확 올라갔다는 점이다. 이번 제2회 EOU 청소년 대회에서도 인도네시아가 아르헨티나를 2-1로 이겼다. 깜짝 놀랐다. 팔레스타인, 인도네시아 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도 유럽에서 귀화한 선수가 많다. 그래도 한국이 월드컵 출전은 어떻게든지 하지 않을까?"
장원재 스포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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