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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수민(가명·28)씨는 어렸을 때부터 가보지 않은 해외 국가가 없습니다. 부모님의 넉넉한 지원과 관심 아래 영어, 수학, 과학뿐만 아니라 문화적 소양을 기르기 위해 피아노와 바이올린도 배웠습니다. 평소 독서를 즐기는 부모님과 함께 읽은 책이 공부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그런데 대학에 입학하려고 하니, 다들 국가장학금을 받는다는데 혼자만 받지 못 하는 것 같아 억울합니다. 부모님께 받는 넉넉한 용돈이 못내 죄송한 마음입니다. '나라에서 지원이라도 해주면 좋을텐데'…. 아르바이트라도 하라는 부모님의 성화가 원망스럽습니다.
두 사람 모두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는 대한민국의 20대 청년들입니다. 정부는 기존 8구간까지 주어지던 국가장학금을 중산층인 9구간까지 늘려 150만명까지 지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9구간에 주어지는 장학금은 연간 100만원이 될 거라 합니다. 그러나 취약계층에게 고등교육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국가장학금의 당초 취지를 생각해보면, 또 갈수록 악화되는 소득양극화를 고려하면 이 같은 정책이 사회이동성을 높이는 정책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같은 돈일지라도 현민씨에겐 너무나 큰 도움일 수 있고, 수민씨에겐 해외여행을 한 번 더 갈 수 있는 돈에 그칠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획재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 발표에서 '장학금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정책홍보에 위화감을 느낀 건 적어도 제가 경험한 대학사회에서 두 사람 사이 아동기부터 켜켜이 쌓인 삶의 격차 속 경험차를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었던 기회마저도 나누라고 느껴져서입니다. 적어도 현재 20대인 제 주변을 바라보기에, 현민씨는 바로 취업을 해야만 하는데 수민씨는 공부를 더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받기 때문입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교육사다리를 복원해 '사회이동성'을 높이겠다"고 수차례 언급해왔습니다. 성장과실은 서민에게 먼저 돌아간 뒤, 중산층에게도 넓히는 방향이 맞지 않을까요. 기사를 쓰면서 박완서 소설가가 쓴 '도둑 맞은 가난' 책을 오랜만에 꺼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