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임종룡 회장 늦장보고·본점 책임회피…사실상 ‘금감원에 반기 들었다’ 판단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40821010010833

글자크기

닫기

특별취재팀

승인 : 2024. 08. 20. 19:36

이복현 금감원장 '작심발언' 왜
"우리은행과 유사한 행태 보이면
발도 못 붙이게 할 것" 강력 비판
철저한 진상 규명·재발 방지 당부
법적 조치에 엄정 잣대 적용할 듯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연합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우리금융은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불신을 드러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은행이 350억원 부정대출 관련 조사를 2차까지 진행했음에도 이사회는 물론 금감원에도 알리지 않았다. 또한 금감원이 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본점은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발표하면서 이 원장이 우리금융의 안일한 태도를 꼬집고 나섰다.

특히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 내에서도 1년 넘게 부정대출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게 내부 전언이다. 이미 부정대출 관련 문제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은폐했던 것도 문제지만, 은행 내부에선 이미 관련 내용이 수년 전부터 알려졌음에도 은행장은 물론 지주회장이 몰랐다는 것은 무능한 경영능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번 부정대출 관련 우리은행의 늦장대응과 본점의 책임 회피 태도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 이번 우리은행이 내놓은 입장문을 보면 금감원이 내놓은 결과에 반박하는 내용이었다"면서 "이에 이례적으로 원장이 임원회의에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은 350억원 부정대출 관련 조사를 올 1월부터 시작했지만 금감원에 알리지 않았다. 1차 조사를 끝낸 이후 2차 조사를 진행하던 5~6월 당시에도 금감원은 물론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단순히 여신 부실로 판단했다는 게 우리은행의 논리다. 하지만 이후 금감원에 관련 민원이 제기되면서 금감원 조사가 시작되자 이사회에 늦장보고가 문제가 됐다. 이사회에서도 부정대출 보고를 받고 '왜 이제야 알렸냐'면서 질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감원 또한 민원이 제기된 후 통상 은행에 관련 내용을 전달해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지시하는 데 반해, 민원을 받은 즉시 은행에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이미 금감원도 우리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우리은행의 사후대처다. 우리은행은 금감원의 부정대출 조사 결과 발표 직후 반박자료를 냈는데, 1차 자체검사를 실시한 후 관련자들에 대해 면직 등의 처리를 했으나, 대출 취급 후 사후점검 과정에서 특정인에 대한 지배관계를 파악하기 사실상 어렵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검사가 나가기 전까지 이와 관련해 알리지 않은 점,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대해 본점은 잘못이 없다는 식의 내용으로 반박한 점 등을 통해 '현 경영진은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날 이 원장은 각 부서에 철저한 진상규명은 물론 재발방지,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다른 금융회사에 대해 시장에서 발을 못 붙일 정도로 강한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등 엄정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업계에선 임 회장이 기획재정부 출신인데다가 금융위원장을 역임했던 점이 우리은행의 늦장대응에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직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 회장이 금감원에 사실상 반기를 든 것처럼 보여서다. 시중은행이 금감원의 현장조사 결과에 '잘못이 없다는'식의 반박자료를 낸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 출신인 이 원장은 금융사고는 물론 부정대출, 횡령 등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다루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별취재팀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댓글 작성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