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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크 리 신임 대표는 2021년 큐익스프레스의 CFO로 합류해 재무·리스크 관리, 사업확장, 인수합병(M&A) 딜 등을 담당한 그룹 내 재무통이자 전략기획통으로 불린다.
이전에는 '스캐든압스'와 '데비보이스앤플림턴'등 글로벌 로펌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M&A, 자본시장 및 기업경영 관련 법률 자문을 했다. 이어 OCI에서 CFO, 안다자산운용에서 공동 CEO를 역임했다.
특히 그동안 마크 리 신임 대표가 구 대표를 도와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 실무를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에도 그동안 추진해 온 큐익스프레스의 상장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크 리 신임 대표는 취임과 동시에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대표 직책을 수행하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지만, 회사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직원 및 고객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다 같이 상생할 수 있는 책임경영의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다만 티몬·위메프 내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해서는 그룹과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큐텐그룹과 관계사의 정산 지연 사안과 큐익스프레스의 비즈니스는 직접적 관련은 없으며, 그 영향도 매우 적은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현 상황을 매우 위중하게 보고 있으며, 셀러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전사차원에서 총력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큐익스프레스의 향후 운영 방향성에 대해선 티몬·위메프 등 큐텐 계열사의 국내 물동량 비중은 낮추고,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중심의 해외 물량을 전체의 약 90%로 높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앞으로 북미·유럽 등 글로벌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고부가가치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와 함께 큐텐그룹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 달 중 해외 계열사인 '위시'를 통해 5000만달러(약 700억원)를 조달하겠다는 방안을 금융당국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위시는 북미·유럽 기반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큐텐이 지난 2월 23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큐텐이 당시 인수 자금으로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을 끌어다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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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기준 금융당국이 파악한 미정산 금액은 티몬 1097억원(750사), 위메프 565억원(195사) 수준이다. 이는 지난 5월에 발생한 거래 대금으로, 오는 8~9월 중 정산이 예정돼 있는 6~7월 거래 대금과 소비자에 대한 환불액까지 고려하면 수천억원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상황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경쟁사들은 그간 곪아왔던 이커머스 업계의 문제가 터져 나왔다는 반응과 함께, 남의 일이 아니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티몬과 위메프 사건의 시발점이 바로 부실한 재무 건전성인데,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도 수익성보다 외형 불리기에 더 몰두해 오면서 곳간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것은 매한가지이기 대문이다.
실제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6억원이다. 결손금은 1조2644억원에 달한다. 결손금은 영업 활동에서 발생한 누적 손실액을 말한다. 지난해 위메프 자본총계는 -2398억원, 결손금은 7560억원이었다.
마찬가지로 경쟁사인 11번가와 컬리, G마켓 등의 적자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지난해 처음 연간 1000억원대 영업이익 흑자를 낸 쿠팡도 그동안 매년 적자를 낸 여파로 지난해 순운전자본이 -1조4942억원에 이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가 외형성장에만 집중하면서, 이번 사태가 발생했다"며 "최근 들어 위기감을 느낀 일부 이커머스 기업들이 내실 다지기로 방향을 틀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나오기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